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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야구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늘 느낀 점은 야구는 정말 알 수가 없고,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고, 야구 앞에서는 겸손해야 된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감독, 선수들이 상대를 존중하고 인터뷰 때마다 겸손함을 드러내는 이유가 반복되는 야구 역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가 일천한 KBO 리그 감독과 선수들은 배워야 한다.

 

시즌 들어서며 다저스 3연패에 무게 둬

2026시즌이 들어가기 전 도박사들은 한결같이 월드시리즈 2연패를 한 LA 다저스의 우승에 무게를 뒀다. 가장 높은 확률이었다. PO를 앞두고도 전망은 같았다. 구단 사상 최초로 시즌 103승을 거둔 밀워키 브루어스가 정규시즌 최고 승률을 마크했으나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은 여전히 다저스 우승을 점쳤다. 2년 연속 WS 우승과 다저스는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을 확보한 팀이다.

다저스와 브루어스는 구단 규모, 스포츠 마켓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스타플레이어 분포와 연봉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밀워키는 전형적인 스몰 마켓 팀이다. 특히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사상 첫 WS 3연패를 위해 시즌 도중 사이영상 좌완 타이릭 스쿠발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스쿠발-야마모토 요시노부-블레이크 스넬-타일러 글래스노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은 역대 최강으로 손색없었다. 다저스의 WS 3연패를 의심할 전문가는 없을 수밖에.

그러나 다저스는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십(NLCS)에서 4승으로 제친 밀워키에 거꾸로 4경기 만에 패하고 2026시즌을 접었다. MLB PO 사상 전년도에 4패를 당한 팀이 이듬해 곧바로 4승으로 이긴 경우는 밀워키가 처음이다. NBA와 NHL에서는 전년도와 이듬해 곧바로 PO 재대결로 상황이 바뀐 경우는 있다. 7전4선승제 승부에서 4패-4승은 MLB가 처음이다. 게다가 역대로 PO에서 100승 이상을 거둔 팀이 맞붙은 경우는 총 11차례였는데 4승 스윕은 이례적이다. 이번까지 6차례다.

 

한국 언론, 분위기 못읽고 밀워키 승리를 '복수'로 자극적 제목

국내에서는 밀워키의 승리를 ‘복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지만 브루어스 감독 팻 머피나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다저스에 복수”라는 투의 언급은 없다. 스포츠는 전쟁이 아니다. 머피 감독은 오히려 데이브 로버츠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지난 6년 동안 월드시리즈 3차례 우승한 감독이다. 2015년 파드리스 감독 대행으로 있을 때 데이브는 벤치코치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그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머피(67)는 빅리그 지도자가 되기 전 22년의 오랜 기간 동안 대학(노터데임, 애리조나 스테이트) 감독으로 잔뼈가 굵었다.

시리즈 패배 후 로버츠는 FOX-TV 켄 로젠탈과의 인터뷰에서 “밀워키가 타격, 투수력, 수비 등 모든 부문에서 우리를 앞섰다”며 밀워키의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설명했다. 미국 스포츠에서 흔히 말하는 “나은 팀이 이긴다(Better team wins the game)”는 격언을 새삼 실감했다. 다저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3승1패로 누르고 챔피언십에서 브루어스와 재격돌할 때만 해도 WS 진출과 우승을 의심한 전문가는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자 밀워키는 2025년의 팀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저스를 스윕한 4승이 모두 역전승이다. 역전승은 불펜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불펜이 취약하면 역전승은 불가능하다.

다저스는 브레이브스전에서 홈런 8개로 14득점을 했다. 브루어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슬럼프의 오타니 쇼헤이가 때린 4차전 홈런이 유일했다. 홈런으로 득점의 물꼬를 튼 공격력은 브루어스 마운드 앞에서 열중쉬엇이었다. 다저스는 홈런을 앞세운 빅볼야구다. 결국 4차전에서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 보내기번트의 스몰볼도 구사했지만 7~8회 연속 1사 3루 득점 기회에서 희생플라

이마저 터지지 않았다. 반면 밀워키는 홈런 7개로 21득점을 했다. 정규시즌에서 다저스는 팀홈런 204개로 MLB 공동 7위, 브루어스는 154개로 공동 28위의 소총부대 성격이 짙은 팀이다. 팀홈런 최하위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52개다. 전년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었지만 1년 만에 PO에서 탈락했다. MLB는 기본적으로 홈런이 우위다. 소총은 한계가 따른다. 소총으로 승부를 내려면 강력한 마운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저스 첫 3연패 달성 무산

다저스는 1998~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첫 WS 3연패 달성 도전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았다(Numbers Never lie).’ 로버츠는 2016년 돈 매팅리(현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 후임으로 다저스의 첫 마이너리티 사령탑에 올랐다.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의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5차례 WS 진출에 3차례 우승에 성공했다. 감독 데뷔 이후 시즌 100승을 올해를 포함해 총 6차례 일궈냈다. 이 성적만으로도 명예의 전당 멤버 월터 앨스턴, 토미 라소다를 훨씬 뛰어 넘는다. 그런데 100승 이상을 거두고 WS 정상에는 오른 적이 없다. 매우 아이러니다.

2017년 104승-WS 진출, 2019년 106승-디비전 시리즈, 2021년 106승-챔피언십 시리즈, 2022년 111승(구단 최고 기록)-디비전 시리즈, 2023년 100승-디비전 시리즈, 2026년 100승-챔피언십 시리즈. 100승을 거둔 해 플레이오프 성적이다. 브루클린을 포함해도 100승을 거둔 시즌에 WS 트로피를 품에 안은 적이 없다. 이쯤되면 다저스 구단의 100승 징크스라 할 수 있다.

또 하나가 기록 도전이다. WS는 1903년부터 시작했다. 12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WS 3연패 이상 팀은 아메리칸리그 뉴욕 양키스가 유일하다. 다저스가 올해 내셔널리그 최초의 3연패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WS 진출조차 좌절됐다. 시즌 도중 사이영상 투수 타이릭 스쿠발을 데려왔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역대로 최강 선발 로테이션이라고 평가받은 팀치고 WS에 오른 팀이 없다.

201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프리에이전트 좌완 클리프 리와 다년 계약을 맺었다. 그 때도 언론은 필리스가 역대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이라고 평했다. 로이 할러데이(HOF)-클리프 리-2008년 WS MVP 콜 하멜스-로이 오스왈트에 빈스 울리까지. 할러데이(233.2이닝)-리(232.2)-하멜스(216.0)는 요즘은 볼 수 없는 200이닝 이상 투구 에이스급들이었다. 2011년 최강 로테이션의 PO 결과는 디비전 시리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2승3패로 졌다. 필리스는 2008년 하멜스가 에이스였던 때 WS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4승1패로 제치고 1980년 이후 28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바 있다.

 

이변이 야구의 매력

야구에 매료되는 이유는 늘 이변이 존재해서다.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의 예측, 전망이 다 들어 맞으면 굳이 스포츠를 관전할 필요는 없다. 예상평만 보면 된다. 하지만 예측이 빗나가는 이변으로 팬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특히 야구는 예상을 빗나가기 일쑤다. 필자 역시 보기좋게 틀렸다.

다저스의 2026시즌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WS 진출이 좌절된 터라 성공한 시즌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내년 시즌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선수층이 나이가 들어서다. 평균 연령 30.3세로 MLB에서 가장 높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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