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용 운동화 러닝슈즈의 쿠션이 많을수록 장기적으로 발과 발목, 무릎, 골반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이미 유명 달리기 선수들이 나이키와 퓨마를 포함한 운동화 제작사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탄소 밑창(카본 플레이트) 위에 쿠션을 높인 운동화가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물론 제작사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의학지 ‘네이처’의 2018년 연구는 쿠션을 최대한으로 높인 신발이 일반 쿠션 신발보다 근육과 뼈, 관절에 더 무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운동화 제작사 호카는 2010년 처음 쿠션을 최대로 높인 신소제 쿠션 신발을 소개하면서 업계는 경쟁적으로 가벼운 소재로 쿠션을 높인 신발을 내놓기 시작했다. 요즘은 나오는 운동화 거의 대부분은 쿠션을 최대로 높인 신발이다.
쿠션을 더 높이면 달리기 효율이 개선되고 기록도 좋아 질 수 있을 뿐 더러 폭신한 감각에 안정감을 더 해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발 뿐만 아니라, 발목과 관절, 골반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하는 의사들도 있다.
다리와 발목에 더 뒤틀림 가해
휴스턴 마라톤의 의료 책임자인 켄릭 데미스 발 전문의는 “마시멜로 위에 서 있으면 발은 안팎으로 조금 더 회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리도 더 움직이며 이 회전이 발목과 무릎, 골반에 전달된다”고 말했다.
쿠션이 가라 앉았다가 다시 올라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마치 모래위를 걸을 때와 같이 발에 더 힘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발목을 삐거나 낙상의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
더군다나 쿠션을 최대한으로 높인 신발은 고유수용성 감각(공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는 감각)을 저하시킨다. 자신이 지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감각적 피드백을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운동화 제작사들 소송 당해
한 올림픽 출전 선수를 포함해 유명 달리기 선수들이 이미 운동화 제작사들을 상대로 카본 바닥위에 높인 쿠션으로 부상을 당했다며 여러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나이키는 매사추세츠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제품을 위도적으로 불안전하고 결함이 있게 만들어 부상을 당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퓨마도 성명서를 통해 신발이 부상의 원인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퓨마는 독일 법정에서 3명의 소송 원고를 상대로 맞고소를 예고했다.
2000년대 중반 한때 맨발 달리기 또는 쿠션이 전혀 없는 신발이 유행했다가 부상의 원인이 됐다며 제작사들을 상대로한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쿠션 신발로 대상이 바뀐 것이다.
쿠션 신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특히 탄소 바닥에 올린 쿠션 신발은 달리기 효율과 기록을 각각 4%와 2% 상승시킨다고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2023년 스포츠 학술지 ‘스포츠 바이오메케닉’에 실린 논문은 마라톤에서부터 5킬로미티 달리기까지 세계 기록 경신마다 이런 운동화를 신은 선수들이 달성했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쿠션 소재가 선수들의 훈련 량과 강도를 소화시킨다는 것이다.
근육에 스트레스
하지만 2018년 의학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쿠션을 최대로 높인 신발은 근육과 뼈, 관절에 더 무리를 가한다는 것이다. 땅에 발이 닿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 신발이 인간의 생체역학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의 다니엘 리버만 진화 생물학자는 “동일한 강도로 땅을 밟지만 더 오랜 기간 힘을 분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리는 땅에 디딜 때 더 경직되고 충격이 더 강해진다. 만약 탄소 바닥이 있다면 더 빨리 위로 튀어 올라가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발에 가하는 총 하중이 일반 신발보다 더 심한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리버만 교수는 설명했다.
선택은 자유
그렇다면 쿠션이 좋은 신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답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신체가 다르게 훈련 방법과 부상력 등이 다르며 쿠션의 정도뿐 아니라 신발의 안정도, 바닥 착지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할 것인가,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일을 할 때 하루 종일 신고 있을 것인가 등등에 따라 신발의 기능을 다르다는 것이다.
2018년 학술지 ‘풋 앤드 앵클 연구’는 신발을 신는 사람의 72% 가량은 신발의 폭과 길이가 많지 않는 신발을 신고 있다고 밝혔다. 신발이 운동 중이나 끝난 후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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