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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휘슬러 인근 최고의 추천명소‘조프리레익’(Joffre Lake). 빙하가 덮은 돌산이 유리 같이 맑은 호수에 비춰져 천상의 세계를 연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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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휘슬러로 단풍 구경 가다

 

빙하로 깎인 돌가루가 만들어낸 청록색 호수

침염수와 돌산, 빙하가 어우러진 자연의 숨결

대자연과 사람, 야생이 공존하는‘신선의 세계’

 

 

 

눈이 즐겁다. 얼굴에 닿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쨍”한 신선함을 온몸에 전해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속 구석구석 쌓여 있었던 도회지의 묵은 때가 깨끗이 씻겨 내리는 듯하다. 눈으로 또 온몸으로 전해지는 가을 풍미와 대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누리며 가파르게 살아가는 도시 생활의 바쁜 삶을 내던졌던 5박 6일. 칠순을 앞둔 누님 내외와 함께 다녀온 캐나다 여행이었다. 

 

캐나다 휘슬러

재즈의 고장 루이지애나와 캐나다를 놓고 고심하다가 가을 단풍에 끌려 캐나다로 향했다. 캐나다 밴프를 생각했지만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휘슬러(Whistler). 

밴쿠버 북쪽으로 약 100마일 떨어진 캐나다의 5번째 유명 관광지다. 

LA에서 에어캐나다를 타고 2시간 비행 후 정오 12시 30분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LA와의 시차는 1시간.  

미리 예약해 놓은 미니밴을 타고 휘슬러로 향했다. 

휘슬러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숲속 도시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알파인과 슬라이딩, 노르딕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여름에는 산악자전거, 겨울에는 겨울 왕국답게 스키로 유명한 지역이다. 

캐나다로 목적지를 정한 것은 가을 단풍 구경 때문이다. 10월 중순이라서 그런지 기대만큼의 풍성한 단풍은 아니었지만 신선한 산소가 온몸을 휘감아 안아주는 곳곳의 산책 등산로와 호수의 잔잔함에 빠져 단풍 구경하며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가을 명품 관광지다. 

 

휘슬러 가는 길

밴쿠버 시내를 나와 브리티스 컬럼비아주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99번 프리웨이를 타고 휘슬러로 향했다. 이 고속도로는 ‘바다에서 하늘까지’(sea to sky)라는 별칭으로도 불릴 만큼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잘 손질된 2차선 도로.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 위에 뜬 섬들, 오른쪽 숲으로 이어지는 침엽수의 푸르름과 활엽수에 물든 단풍의 빨갛고 노란빛이 멋지게 교차하며 절경을 이룬다. 

밴쿠버를 벗어나 30분쯤 달리면 고속도로 옆으로 거대한 폭포를 만난다. ‘섀논 폭포’(Shannon Falls Park)이다. 밴쿠버와 가까워 많은 주민들이 간단히 찾아 산책하고 등산할 수 있는 하루 코스 관광 명소다. 

99번 고속도로 옆으로 1,000피트 높이의 이 폭포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에서 3번째로 높은 폭포다. 가장 높은 곳은 ‘델라 폭포’(Della Fall)로 1,580피트(481미터), 두 번째는 ‘헌렌 폭포’(Hunlen Fall) 1,300피트(396미터)다. 하지만 이 샤논 폭포는 휘슬러에서 내려오는 길에 정면으로 보인다. 올라가는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휘슬러 빌리지

색다른 주변 환경에 여행의 즐거움까지 더해져 한껏 부풀고 들뜬 마음으로 2시간을 내달려 오후 7시 휘슬러에 도착했다. 

밴쿠버 중국 타운에서 북경식 오리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느라 늦게 출발한 데다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해 놓은 ‘휘슬러 빌리지’(올림픽 당시 선수단 숙소였다)의 숙소를 찾느라 애를 먹어 예정보다 많이 늦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휘슬러 빌리지 내 오륜기가 세워진 올림픽 공원을 내려다보이는 3층 건물에 맨 위쪽 코너에 위치했다. 3베드룸에 2 배스. 

나중에 알았지만 휘슬러 빌리지에서 가장 멋진 명당이라고 한다. 3면이 확 트인 데다가 스키 슬롭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마을 중심부가 발아래 놓인 곳이다. 

이곳의 가을은 비수기다. 여름은 산악자전거와 방학을 맞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스키 시즌으로 접어든 겨울 역시 성수기다. 그래서 가을은 여름과 겨울 관광철의 잠시 쉬어 가는 비수기라고 한다. 그래서 주말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매우 조용하고 한산하다. 일행이 묵은 숙소 비용도 평소의 3분의 1 정도다. 

거리의 가로수는 이미 빨강과 노랑 잎으로 물들어 있다. 일부는 전날 내린 비에 젖어 나뭇잎을 모두 내려놓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도로 곳곳에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겨울로 가는 가을의 풍성한 풍경을 그려낸다. 

 

잔잔한 호수와 산책로, 등산로

곳곳에 호수와 산책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크고 작은 폭포, 빙하호가 흩어져 있다. 바쁜 도심의 일상을 까맣게 잊고 자연과 호흡하며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명소다. 

흔들다리. 무지개 빛 뿜어내는 폭포, 원시림 군락, 군데군데 자리 잡은 단풍 들. 조화롭게 펼쳐지는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마을로 내려와 한가롭게 풀밭을 뒤지는 흑곰. 아무도 경계하거나 놀라 달아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일상처럼 흑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골프장에서 나무 그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뒤지며 먹는 흑곰이 신기해 다가가려 했지만 겁이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산책 중이던 현지 노부부는 오히려 골프장 잔디 걱정을 한다. 태연히 “곰이 잔디를 다 헤집어 놓고 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한다.  

휘슬러 빌리지에서 이른 아침 흑곰을 쉽게 볼 수 있다. 커다란 잔디 광장에 큼직한 흑곰 한 마리가 내려와 잔디를 파헤친다. 실컷 먹고 겨울잠 준비를 하는 듯했다. 먼발치에 곰을 보고서도 개들조차 짖지 않는다. 매우 익숙한 일상이 됐나 보다. 

노루나 사슴 대신 흑곰을 앞마당에서 볼 수 있는 곳. 휘슬러다. 

 

‘신선의 호수’ 조프리 3단 호수

휘슬러 인근에는 많은 호수와 등산로로 가득 차 있다. 5일간의 짧은 여정이어서 어느 곳을 찾을 까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세째 날 일행은 휘슬러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의 펜버트에 위치한 조프리 호수로 향했다. 말이 필요 없는 ‘신선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절경의 호수다. 

99번 프리웨이를 따라 북상하면서 만난 곳곳의 경치에 기념사진도 찍고 감상하느라 예정보다 늦게 호수 앞 파킹랏에 도착했다. 

호수 3개가 층층이 모인 조프리 호수. 맨 아래에 위치한 ‘하층 호수’(lower lake), 두 번째 ‘중간 호수’(middle lake), 세 번째 ‘상층 호수’(upper lake). 

‘하층 호수’는 파킹랏에서 불과 5분 거리다.  

확 트인 호수 주변을 감싼 침엽수림. 그 뒤로 우뚝 솟아오른 돌산과 그 위를 덮고 있는 빙하가 합창하듯 눈앞으로 성큼 다가선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물은 털코이스로 불리는 청록색.  

빙하가 쓸려 내리면서 바닥의 돌들이 깎여 나온 미세한 돌가루들이 침체돼 만든 색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가 형성되고 미세한 돌가루들이 호수의 색을 청록색으로 만들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할 절경

숙소에서 늦게 출발한 데다가 도중에 펜버튼 다운타운의 유명 빵 맛집을 들러 오느라 조프리 호수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시간상 아래쪽 호수만 보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호수가 위쪽에 있다며 적극 추천한다. 

아래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호수까지의 거리는 대략 5킬로(3마일) 거리. 왕복 10킬로(6마일)로 표시판에 등산 실력에 따라 3.5~5시간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오후 3시 20분. 정상 호수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사실 무리다. 하지만 꼬불대는 산길을 힘겹게 운전하며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가기에는 아쉬워 망설임도 없이 산길을 뛰다시피 오르기 시작했다. 평평한 아래 호수 옆을 돌자 가파는 등산로와 마주쳤다. 사력을 다해 오르고 또 올랐다. 

주라기 공원에 들어선 듯, 침엽수림과 이끼류로 뒤덮인 심산 그늘 속을 요리조리 돌며 쉼 없이 올랐다.  

한참을 올랐을까 침엽수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중간 호수다. 

빙하로 덮인 돌산 아래 넓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빙하가 눈앞에 다가선다. 청록색 호수, 주변을 빽빽이 채우는 침엽수, 그리고 빙하 돌산이 어울려져 있다. ‘와’라는 감탄사만 연발한다.   

한 등산객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펼치고 돌 위에 앉아 있다. 자신을 따라 해 보라고 말한다. 새가 손바닥에 날아와 앉는다는 것이다. 손바닥 대신 손가락을 내밀어 보았다. 거짓말처럼 새 한 마리가 손가락 위에 날아와 앉는다. 관광객들이 주는 과자에 맞들려 야생에 사는 새가 겁도 없이 인간의 손바닥 위로 날아드는 것이다. 신기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야생이 거리낌 없이 공존하는 곳. 

 

‘천상의 호수’

세 번째 호수로 향했다. 오른쪽에 여러 단을 거쳐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15분쯤 올라갔을까. ‘천상의 세계’다.   

눈앞에 펼쳐진 빙하 돌산. 그리고 그 앞의 넓은 호수. 유리다. 

빙하 돌산이 유리 같은 호수에 투영돼 올라온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물인지 구별이 안 된다. 투명하다. 오른쪽 멀리 알록달록 야영객들의 텐트가 작게 보인다. ‘천상의 세계’에서 하루 밤의 야영하며 ‘신선의 세계’를 맞볼 수 있으리라. 

어둠이 몰려오는데도 관광객들이 하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어둠이 깔린 산길을 내려와야 할 텐데도 절경에 빠져 발길을 떼지 못한다. 

하산을 서둘러 파킹랏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불과 2시간 반만의 등산길. 아마 올라가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웅장하고 아늑한 절경의 장관을 눈과 마음에 담고 내려왔다.  

캐나다 서쪽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 컬럼버스 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산로 중 하나로 다른 고산 호수들보다 비교적 쉬운 곳이라고 한다. 세 곳 모두 ‘마티어 빙하’(Matier Galcier)를 사방에서 바라볼 수 있다. 

휘슬러를 여행한다면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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