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나 명언(proverbs, sayings)은 그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바로미터다. 속담과 명언을 통해 세태나 상황을 명료하게 표현하면 대화 속에서 언어문화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대화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 속담이나 명언을 쓰면 유난히 재미있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백인 친구가 대화 중에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을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는데 일종의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그 친구에 대한 호감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미국인들의 좋아하는 속담 가운데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행동이 말보다 중요하다(행동이 말보다 더 크게 말한다)”가 있다. 말이 앞서기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을 먼저 요구하고 행동으로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려는 미국 사회 특유의 실용주의(pragmatism)를 엿볼 수 있는 속담이다. 동양이 언행일치를 강조한다면 미국은 말, 글, 관념보다는 행동과 행동의 객관적인 결과를 더 중시하는 약간의 가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Fake it till you make it은 직역하자면 “그걸 해낼 때까지 그런 척을 하라” 이고, 의미는 “원하는 바를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세로 따라 하다 보면 실제로 성공할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해낼 때까지 척하면서 버텨라! 성공한 척을 하다 보면 실제로 성공하게 된다! 척하면서 버티면 어느새 성공한다!”라는 의미다. 일종의 긍정적인 자기암시와도 같다. 누군가 도전을 망설일 때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응원으로 쓰면 좋은 표현이다.
1968년에 발표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Fakin’ it의 가사 “And I know I’m fakin’ it, I’m not really makin’ it.” 에서 시작된 표현이라고 하니 오래된 속담은 아니다. Fake it till you make it은 미국인들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런지 실제로 꽤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한국에 “안 되면 되게 하라” 가 있다면 미국에는 fake it till you make it 이 있다고 보면 된다.
Elvis has left the building도 재미있는 표현이다. 직역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빌딩에서 떠났다”이지만 실생활에서는 (1) 중요한 사람이 자리에서 떠났다 (2) 상황, 일, 이벤트 등이 끝났다는 의미로 많이 쓰고 종료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시원섭섭함을 포함하고 있다. (3) 언쟁 등 불편한 상황에서 누가 먼저 자리를 뜨고 나면 이에 빗대어 농담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4) 야구의 홈런 등 스포츠 경기에서 결정적인 상황이 나왔을 때 쓰기도 한다.
어원은 50~60년대 엘비스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가면 흥분한 관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회자가 Elvis has left the building라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장이 파하다, 종 쳤다, 막을 내렸다”와 느낌이 얼추 비슷하고 “The show is over”도 유사한 표현이다. 1977년에 엘비스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일반 표현으로 확산됐다. 일이 마무리된 상황을 세련되게 정리-묘사해 주는 유용한 표현이다.
Two wrongs don’t make a right도 많이 쓰는 속담이다. 직역하면 “두 개의 그릇됨이 하나의 옳음을 만들지 않는다”지만 뜻은 “누가 너에게 먼저 잘못했다고 해서 같이 나쁘게 대응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성경 구절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 Do not repay anyone evil for evil”와도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한국 속담과 비슷한 영어 속담으로는 “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소리가 나는 바퀴에 먼저 기름칠한다) =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와 “Strike while the iron is hot(쇠가 달았을 때 두드려라) = 쇠뿔도 단김에 빼라”가 있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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