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게 되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 주당들에게 통하는 말이다.
요즘은 아니지만 나는 얼마전까지 술을 과하게 마시는 편이다. 술자리에 와이프와 동석하게 되면 눈을 크게 뜨고 말리는 와이프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일배 이배 삼배로 이어지다 보면 ‘절주’라는 각오가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뜯어 말리는 와이프의 날카로운 눈치도 별로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나 술 잘 먹어”하는 과시성 음주가 계속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건 전성시대(?) 이야기고 요즘은 그렇게 먹고 난 다음날은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 코끝에서 술냄새가 사라지려면 하루가 더 지나야 진정된다.
혹시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간혹 수저를 집을 때 손이 떨리는 느낌을 받으면 “아뿔사 중독에 의한 수전증 아닌가” 싶어 손에 힘을 꼭 쥐어 보기도 한다.
갑자기 웬 주량 타량이냐고 궁금해할 수 있다. 건강 음주를 말하려다 보니 서두를 술타령으로 시작하게 됐다.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면 누구나 한번씩 경험해본 이야기. 맥주 1만cc 단숨에 마시기. 빨리 마시기도 있고 술값을 걸고 다량으로 마시는 내기도 했다. 1등 기억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2, 3등은 했던 것 같다.
젊은 나이여서 다음날 냉수 먹고 해장하면 거뜬하게 정신차리고 저녁이 되면 또 술자리를 찾는다. 그때 젊은이들은 술 마시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나 싶다.
요즘 과음을 하면 뒷감당이 되지 않아 세상에 좋다는 방법은 다 동원해 보지만 해결책은 없다. 해독에 좋다는 다양한 음료를 마셔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
머리 아프고 공중에 떠 있고…
그래서 여럿 문헌과 자료를 찾아봤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소개한다.
술 마시면 술 양의 5~10배의 물을 함께 마시는 방법이다. 한편에서는 “그럼 술을 왜 마시냐”고 핀잔을 주는 주당들도 있다.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난 이 방법을 실천해서 먹으려고 한다. 아직 익숙치는 않지만…
알코올 함량 40%의 양주라면 술 속에 물이 60% 들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데 알코올 속에 이뇨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몸속의 수분이다.
수분이 빠져나가면 탈수 증세가 나타날 것이고 몸속에 스며든 알코올의 분해하는 간이 물 부족으로 힘겨워한다. 이로 인해 뒤탈이 따른 다는 이야기다. 알코올은 간에서 2단계 분해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이 아세트 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분해되는데 첫번째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로가 숙취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숙취를 줄이려면 아세트알데히드로를 빨리 분해할 수 있도록 간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촉매가 물이라는 이야기.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하자. 숙취는 양주보다 도수가 낮은 발효주에서 더 심하다. 이유는 있다. 발효주는 포도나 쌀, 밀, 옥수수 등의 당분을 미생물이 분해해 만든 알코올로 만들어지는데 이과정에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에틸알코올과 함께 소량의 메틸알코올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메틸 알코올을 마시면 심하면 죽는다.
그런데 발효주를 증류해서 만드는 양주는 증류 과정에서 에탄올보다 먼저 증발하는 메탈올을 버리고 나머지 에탄올을 정제해 만든 술이어서 숙취가 덜 하다는 말이다.
술은 깡을 마시면 뒷감당이 어렵다. 자제가 어렵다면 얼음을 섞어 마시거나 술 양의 5~10배의 물을 마시는 것도 요령이다.
물배가 차서 더 이상 술 마시기가 부담스럽게 만드는 이중 효과도 노려보자.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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