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트러스트 사전 준비 매우 중요
상속계획 매 5~10년마다 업데이트
은퇴구좌, 생명보험의 수혜자 이름 점검
한꺼번에 큰돈 물려주기는‘글쎄’
아직 상속 계획을 마련해 놓지 않은 시니어들이 많다. 유서도 작성하지 않고 또 필요한 서류 작업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재산 정리 문제로 가족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유언을 작성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를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다.
상속 계획을 미룬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유쾌할 수 없다. 또 상속계획을 세우는 데 돈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후 재산을 분배하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누가 어떤 재산을 가질 것인가 등등 미리 준비해 둔다면 후손들이 어려운 시기를 무리 없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하려면 생각이 너무 많아져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뉴욕 노스 우드미어의 ‘헬러 & 어소시에이츠’ 변호사 사무실의 레베카 헤다야-헬러 변호사는 밝혔다.
유산 상속 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서류 중 하나가 ‘리보커블 트러스트’(revocable trust)라고 부르는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다. 생전에 미리 자산을 분배할 수 있고 정신적 육체적 불능이 생겼을 때 매우 유용한 서류로도 이용된다.
이 리빙 트러스트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같은 주에서는 특히 중요할 수 있다. 재산이 복잡하고 어려운 법원 공증 절차로 넘어가지 않고 유언대로 분배될 수 있다.
리빙 트러스트는 공개되는 서류가 아니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재산이 얼마나 되고 또 누구에게 가는지 등등 모두 가족의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유산을 물려준다
한꺼번에 많은 재산을 전부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 20대 30대 또는 그 이상의 나이라도 자녀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던져주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순식간에 재산을 탕진할 수도 있고 아예 생활이 180도 나쁜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유산 계획 전문 ‘커클랜드 & 엘리스 LLP’의 데이빗 핸들러는 재산이 많다면 아예 트러스트가 모든 재산을 계속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런 경우 상속자를 위한 재산 보호는 물론이고 세금 혜택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혼 중인 배우자 또는 채무 소송에서 트러스트 내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또 상속 수혜자가 죽으면 트러스트 재산이 자녀들에게 넘어갈 경우 상속자의 재산 가치에 관계없이 추가 상속세를 피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을 빼놓는다
요즘은 가상화폐, 또는 NFT 투자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투자자가 죽은 후 이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
LA ‘웨인스탁 매니온’의 조나산 포스터는 “누군가에게는 디지털 화폐 투자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면서 “정보가 없다면 가상화폐를 모두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상속자에게 가상화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언장에 패스워드를 적어 넣지 않는다. 이 정보는 프로베이트 과정에서 일반에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유언장을 한번 작성하고는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언장은 5~10년 만에 한 번씩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마음이 바뀌거나 상황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유언장을 만들었는데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아들에게 주려다가도 미워져 딸에게 몽땅 주고 싶을 때도 있다. 정기적으로 점검해 마음이 바뀌면 내용도 바꾼다. 또 예를 들어 20년 전 유언장을 만들었는데 유언장 집행인으로 이름을 올린 친척이 그동안 죽었거나 양로원에 입원해 있을 수도 있다.
수혜자가 틀린다
유언장이나 리빙 트러스트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했다고 해도 연금 구좌, 개인 은퇴구좌, 기타 투자, 생명보험과 같은 서류에 수혜자(beneficiary) 이름 업데이트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류에 적힌 수혜자는 모든 상속 권한을 갖는다. 유언장에 이름을 올려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이혼한 부인에게 모든 돈이 갈 수도 있다. 또 손주에게 주고 싶었는데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유동성을 두지 않는다
유언이나 리빙 트러스트의 내용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하면서 10만 달러는 교회에 기증하고 남을 돈을 자녀들에게 분배한다는 상속 계획을 세워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자산 가치가 50만 달러로 떨어진다면 교회는 10만 달러를 그대로 받을 것이고 나머지 40만 달러만 자녀들에게 분배된다. 특정 주식이나 은행 구좌를 특정 자녀에게 남길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사후 이런 재산의 가치가 떨어져 원치 않게 거의 재산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마찰을 방지하지 못한다
유언장이나 트러스트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속자 간의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LA 포스터 변호사는 상속을 받는 자녀들에게 사전에 유산 계획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후 자녀 간의 법정 다툼이나 유산 문제로 인한 절연 등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포스터의 고객의 이야기다. 한 어머니가 상당한 재산을 교사인 딸에게 넘길 계획을 세우고 잘살고 있는 의사인 아들에게는 거의 물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어머니의 상속계획을 들은 아들은 어머니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시당하고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결국 어머니는 상속계획을 고쳐 아들에게도 일정 유산을 분배하기로 했다. 만약 사전에 유산 계획을 아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들은 평생 엄마에 대한 원망 속에 살아갔을 것이라는 포스터 변호사는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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