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향서 작성하고 가족과 사전 대화 필요
가망도 없는 암 치료, 환자 고통만 가중
적극적인 치료가 오히려 생명 더 단축
생애 마지막 단계 삶의 질 유지 중요
많은 노년의 암 환자들이 죽기 직전까지 견디기 힘든 공격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환자들이 원치 않는 방법일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미국 의학협회 발행 월간 저널에 실린 한 연구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7월 제니퍼 오브리언은 뉴멕시코 시골에서 혼자 사는 아버지(84)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골반뼈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마루에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이 발견해 앰블란스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오브리언은 아칸소 리틀락에서 한 병원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또 죽은 남편은 말기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여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잘 알고 있었다.
은퇴 기업가인 아버지 제임스 오브리언은 심장마비와 수십년간 흡연으로 인해 심각한 폐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 척추 부상으로 보행기를 사용한다. 숨이 가빠 산소 마스크를 이용한 ‘biPAP’에 의존한다. 그는 심폐소생술금지와 삽관 금지 지침을 이미 작성한 상태다.
치료 대신 평안한 죽음
전화 상으로 병원의 말기환자 치료 임상 간호사가 오브리언의 아버지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옵션을 설명해 줬다. 하지만 오브리언은 단호하게 고집센 아버지에게 “아빠, 심장과 폐가 다 됐어요”라고 말해 줬다.
다음날 아버지는 골반 수술을 거부했다. 이에 놀란 마취과 의사와 정형 외과 의사가 딸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의 수술을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오브리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브리언은 “아빠는 죽어가고 있어요. 평안하게 잠들던지 아니면 대수술을 받아 힘들게 죽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수술중 감염 등등 후유증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고 냉정하게 거절했다.
골반 골절로 인한 사망률은 매우 호전됐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다.
오브리언의 아버지 제임스의 의식은 또렷하다. 아직 인지장애는 없다. 그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했다.
딸은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해 지역 호스피스 서비스에 연락해 죽음을 준비하도록 했다.
대부분 공격적 치료 받아
클리블랜드 오하이오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과대학’ 연구팀은 5년간의 암환자 등록, 양로원 평가, 메디케어 비용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노년의 전이성 암 환자 14만 6,000명의 ‘말기 공격적 치료’의 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연구 팀을 이끈 시란 코로우키안 연구원은 “죽기전 30일 간의 양로원 환자 치료와 집 등 양로 시설이 아닌 곳에 사는 환자를 비교해 봤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죽을 때까지 암 치료, 반복적 응급실 입원, 중환자실 입원, 호스피스 등록 부족 등 공격적인 치료에 대해 조사했다. 공동 저자인 사라 더글라스 암전문 연구원은 “모든 가능성으로도 이들 환자들은 호스피스를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로원 입원 환자의 64%와 자신의 집 등 양로원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환자 58%는 죽기 30일 이내에서도 공격적인 치료를 받았다. 이중 4분의 1은 고통 속에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등 온갖 암치료를 받다 죽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집에서 죽고 싶어 한다. 집에서 사는 환자 25%와 양로원 입원 환자 40%는 결국 병원에 실려가 죽는다.
가망 없는 집중 치료
암 말기에 가망도 없는 집중 치료를 막기 위해 호스피스, 말기환자 치료 전문가들, 의료개혁 주창자들, 환자 옹호 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수년동안 다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글라스 암 전문의는 “이런 공격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는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하고 또 더 빨리 죽으며 생애 말기에 형편없는 삶의 질을 경험하게 된다. 또 가족들도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마지막 단계에서 수일 또는 수주동안 가망도 없는 공격적인 치료가 강행되는 이유는 있다.
일부는 의료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에서 기인된다.
의사들은 죽어가는 환자와 어려운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또는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더글라스 전문의는 “대화를 나누는 순간 환자들은 ‘나를 포기 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작성한 사전 의료결정서와 ‘생명유지치료에 대한 의사주문서’(Physician Order for Life-Sustaining Treatment, P.O.L.S.T.)도 항상 공격적인 치료를 막아주지 못한다.
결정적인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시작될 때 환자와 대리인은 이를 잘못 해석하곤 한다.
피츠버그 의과대학의 ‘심각한 질환의 윤리 및 결정 센터’ 더글라스 화이트 소장은 “가족들은 의사가 실제 말하는 의미 이상의 낙관적인 기대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가족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잘못된 낙관이 더 공격적인 치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 자신의 의도보다는 가족의 의견이 더 강력할 수 있다.
제니퍼 발렌타인 캘리포니아 ‘동정적 치료 연합’대표는 친척중 하나(79)가 말기상태가 되면 자신은 공격적 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전립선 암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자 오히려 그의 부인이 공격적 치료를 고집했다.
발렌타인 소장은 “그가 거부했다. 계속 호스피스를 원했다. 하지만 부인은 절대 안된다고 우겼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여러 병원을 오가며 3번의 고통스런 화학 요법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호스피스에서 숨졌다.
말기 암환자의 고통완화 치료(palliate care)는 환자 생활의 질도 높이고 또 환자를 덜 우울하게 만든다. 공격적인 치료를 받을 때 보다 더 오래 산다. 또 요즘은 말기환자를 편안하게 치료하며 마지막 순간을 맞도록 하는 치료 방법도 많다.
존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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