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7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29일 조지아 플레인스 자택에서 숨졌다. 향년 100세.
그는 조지아의 땅콩 농장에서 자라나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으로 찌든 미국을 다독였지만 경제 문제와 이란 사태로 최악의 지지도를 기록했던 대통령이기도 했다.
애틀랜타 카터 센터는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부인(96)이 숨진지 3개월만이고 또 미국 역사상 가장 장수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부인과 77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2개월전 말기 환자들의 호스피스 케어에 들어갔지만 가족들의 예상과는 달라 오랜 투병생활을 했다.
카터 센터는 지난해 2월 “카터 전 대통령이 수차례 병원 입원후 연명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었다.
그는 사실 성공한 대통령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 평화를 위해 또는 가난한 이웃 집지어주기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해 많은 노력해오며 질병과 사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싸워왔다. 세계를 여행하며 프리랜서 외교관을 자처해 미국 후임 대통령들을 어렵게 만든 적도 많았지만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는 계기도 됐다.
그는 특히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을 맹렬히 비난했고 조지아 주 공화당의 선거 제한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전기와 수돗물도 없는 ‘깡촌’ 조지아의 땅콩 농장에서 자라면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등 검소한 크리스찬이었다.
그는 특히 1977년 1월 취임 직후 백악관으로 향하는 리무진에서 내려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부인 로살린과 9실 딸 에이미와 함께 연도에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워터게이트와 월남전들을 힘들었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신뢰와 열정을 쏟겠다고 했지만 국내 경제를 잡지 못하고 이란에 발목을 잡혀 4년 내내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추락했다. 당시 이란 혁명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이란에 444일동안 잡혀 있다가 풀려나는 사태도 있었다.
아랍 오일 파동, 국내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으로 비즈니스들이 문을 닫는 등 경제적으로 큰 도전에 직면했었다. 그는 의회를 장악했던 민주당으로부터도 고집불통이라는 비난을 받는 어려운 처지였다. 대통령 초기 70%의 국민지지율이 1년 후 28%로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외교적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인권 개선과 이스라엘 이집트간의 평화조약, 소련과의 전략무기 제한 협약, 중국과의 외교 관계 등의 업적을 세웠다.
한편 그는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해 재산에 실패했다.
그는 가족중 유일하게 고동학교를 졸업했고 조지아 사우스웨스턴 칼리지에 입학해 1년 재학한 후 애틀랜타 조지아텍에서 1년 수업했다. 2차세계대전이 발발해 1943년 19세의 나이에 해군사관학교로 들어가 1946년 졸업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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