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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의 메이저 대회는 4대 그랜드슬램이다. 연초에 벌어지는 호주오픈, 파리 롤랑가든의 프랑스오픈, 전통의 영국 윔블던, 뉴욕 플러싱에서 막을 내리는 유에스오픈 등이다. 호주와 유에스오픈은 케미칼코트이며,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진흙), 윔블던은 잔디 코트다.

13일 막을 내린 유에스오픈에서 미국의 벤 셀튼(23)은 첫 그랜드슬램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29)에 3-1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유에스오픈의 셀튼 결승 진출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유에스 오픈 첫 우승은 1968년 흑인 아서 애쉬

유에스오픈 사상 최초의 아프리카-아메리칸 우승자가 아서 애쉬다. 1968년 테니스가 오픈 시대를 열었을 때다. 1968년은 그랜드슬램 대회가 프로와 아마추어가 통합을 한 오픈 시대를 연 해다. UCLA 출신 애쉬는 흑인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우승한 파이어니어다. 유에스오픈(1968년), 호주오픈(1970년), 윔블던(1975년) 3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쉽게도 애쉬는 수혈을 잘못받아 AIDS에 감염돼 1993년 49세로 사망했다. 결승전에 애쉬의 미망인이 관전했다.

셀튼은 흑인이다. 아프리카-아메리칸 애쉬 이후 58년 만에 우승 도전이었다. 아울러 미국인이 유에스오픈 남자부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게 2003년 앤디 로딕(현 ESPN 해설)이다. 로딕은 역대 그랜드슬램 챔피언 가운데 강력한 서브 하나로 정상에 섰다는 우스갯 소리를 들었다. 테크닉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58년만에 앤디 로딕 도전 그러나 실패 

따라서 본인의 뜻은 아니었으나 셀튼은 흑인으로는 58년 만에, 미국 선수로는 23년 만에 챔피언에 도전하는 역사적 인물이 됐다. 그러나 첫 두 세트를 내주고 3세트를 따냈지만 4세트를 6-2로 져 정상에 오르는데는 실패했다. 그동안 즈베레프는 레전드 빅3(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와 이탈리아 야닉 시너, 스페인 카를로스 알카라즈의 그늘을 벗어나 올해 프랑스오픈과 유에스오픈 우승에 성공했다.

 

2026 유에스오픈 미국 남여 선전

2026 유에스오픈에서 미국 선수들은 남여 선전했다. 남여 나란히 4강에 2명씩 진출했다. 남자 부문에서는 셀튼과 프란세스 티아포, 여자는 2023년 챔프 코코 고프와 제시카 페굴라 등이다. 하지만 정상에는 모두 실패했다. 이 대목이 미국의 테니스 현주소다. 여자 결승전은 디펜딩 팸피언 아리나 사블렌카(벨라로스)와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가 맞붙었다.

2026년 4대 그랜드슬램 우승자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호주 오픈- 카를로스 알카라즈, 엘레나 리바키나, 프랑스오픈- 알렉산더 즈베레프, 미라 안드리바(러시아), 윔블던- 야닉 시너, 린다 노스코바(체코), 유에스오픈- 알렉스 즈베레프, 엘레나 리바키나 등이다. 즈베리프와 리바키나가 2승씩을 거두고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한때 남여 세계 정상 누벼

한 때 미국은 테니스 부문에서도 남여 세계 정상이었다. 여자 빌리 진 킹, 크리스 에버트, 마티나 나블라틸로바 남자 지미 코너스, 존 맥켄로,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 등의 레전드들이 있었다. 남자는 피트 샘프라스 이후 추락이다. 여자는 윌리엄스 자매 등장으로 세계를 평정했다. 동생 서리나 윌리엄스는 그랜드슬램 타이틀만 23개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 특히 남자 테니스는 세계 정상에서 밀려있다. 그랜드슬램 우승은 거의 힘들다. 여자는 서리나 외에도 그랜드슬램 우승자는 소피아 케닌(호주오픈 2020), 메디슨 키스(호주오픈 2025), 코코 고프(유에스오픈 2023, 프랑스오픈 2025) 등 3명이 탄생했다.

남자의 그랜드슬램 마지막 우승자는 호주오픈 2003년 안드레 애거시, 프랑스오픈 1999년 안드레

애거시, 윔블던 2000년 피트 샘프라스, 유에스오픈 2003년 앤디 로딕이다.

 

클레이 코트 부재와 유럽파의 올인

미국 테니스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클레이 코트 부재다. 둘째는 유럽파들의 올인이다.

클레이코트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줄곧 이어졌다. 미국 선수들이 유럽의 정상급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기량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클레이코트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빅3 가운데 스페인의 나달을 테크닉과 체력에서 으뜸이라고 평한다. 나달은 앞으로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클레이코트 프랑스오픈 9연패를 포함한 14회 우승자다. 클레이코트는 베이스라인의의 랠리가 중심이다. 잔디와 케미칼코트에 비해서 볼의 바운스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미국 선수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쓴맛을 본다. 랠리가 이어지다가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게 테크닉의 기본이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피트 샘프라스도 프랑스 오픈 우승 못해

사실 미국은 예전에도 클레이코트에서 약했다. 피트 샘프라스는 미국 선수로는 그랜드슬램 최다 타이틀 보유자다. 14회 우승했다. 그런데 프랑스오픈 우승은 없다. 1996년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미국 남자 선수로 4대 타이틀 그랜드슬램 우승자는 안드레 애거시가 유일하다. 애거시는 그랜드슬램 8승을 거뒀다. 샘프라스는 윔블던에서만 7승을 작성했다.

미국은 스포츠 인프라에서 세계 최고다. 테니스코트도 동네마다 있고 야간 조명등도 설치돼 있다. 그렇지만 클레이코트는 보기 드물다. 경비 문제로 기존의 클레이코트마저 없앤 탓이다. 테니스의 기초를 클레이코트에서 닦아야 할 터인데 인프라 부재로 정작 프로에 진출하면 유럽 선수들에게 절절매는 상황이 벌어진다. 클레이코트는 관리 비용이 든다. 케미칼코트는 만들어 놓으면 경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유럽은 신분 상승의 통로

유럽파들의 올인에는 한계가 따른다. 유럽의 중하층에게 테니스는 신분상승의 통로다. 중남미 선수들이 야구에 올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온 가족이 희생한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는 쪽박이다.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할 경우 거액의 상금은 물론이고 수 많은 광고가 따른다. 골프보다 상금이 훨씬 큰 시장이다. 유럽파들은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미국의 IMG와 같은 전문학교로 조기 유학을 보내 승부수를 띄운다.

테니스 스타플레이어는 중소기업이 움직이는 것과 흡사하다. 알렉스 즈베레프는 유에스오픈 첫 우승 후 “나의 팀에 감사하고 싶다. 우리는 30년 동안 그랜드슬램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3개월 사이에 두 번이나 우승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신이 보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내놨다. 팀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분간 유럽파 상승세 계속

사실 미국은 프로 스포츠도 다양한 터라 테니스에 올인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도 유럽파들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클레이코트에서의 기본기를 다지는 게 급선무다. 케미칼코트에서의 기량 향상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이런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한 미국은 테니스의 변방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변방이라는 것은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달하지 못하는 의미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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