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 둔 부모 80%, 자녀와 갈등 경험
자녀 말 경청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연스레 대화 시도
“질풍 노도의 시기”
흔히 사춘기를 맞은 자녀들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사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부모와 10대 자녀와의 갈등으로 애를 먹는 가정이 적지 않다.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한 치의 양보나 이해가 없는 상황은 긴장을 지속시키고 서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의 75-80%가 자녀와의 갈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화 중단이나 단절이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벽이 생기는 것인데, 이런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결국 서로의 신뢰는 무너지고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갈등이 생겼을 때 초기에 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의 문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모는 나름대로의 대화 스킬을 갖춰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찾아보자.
왜 대화가 끊어질까?
자녀교육 전문 카운셀러인 크리스틴 해튼이 부모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10대 자녀들로부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본 결과,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답은 다음과 같았다.
“부모를 믿지 못해요”
“엄마 아빠는 저를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어색해서요”
“저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부모님은 저를 일방적으로 판단해 버려요”
“내 얘기를 제대로 듣지 않고 저를 부모의 판단에 따라 억지로 맞추려고 해요”
이런 답변에 대해 해튼은 “부모들은 이를 믿고 싶지 않고 사실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좋든 싫든 10대 자녀는 분명히 이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대화 단절을 불러오는 흔한 갈등의 원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가장 흔한 게 학업과 성적으로,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 충돌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 등 학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지만, 정작 아이들은 반복되는 같은 질문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결국 대화를 피하게 된다. 즉 부모의 평가나 잔소리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독립성과 생활방식도 주요 원인인데, 쉽게 설명하면 부모의 통제와 자녀의 반발이다. 특히 이민 가정의 경우 문화적, 그리고 세대 차이도 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데 자신의 인생에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학업 외 다른 이슈, 즉 이성 관계, 스트레스, 불만 등을 얘기했을 때 부모의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 역시 대화 중단이나 단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과거 부모가 유사한 일로 아주 강한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자녀는 더욱 대화를 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도 부모의 이해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가 소용없다”는 생각을 갖게 돼 부모 대신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SNS나 채팅, 게임에 더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부모는 규제를 하려 하고 자녀는 반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나?
자녀가 무슨 말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나 상황을 털어놓고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답답한 마음을 부모를 통해 위로를 받으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부모는 이런 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다가온 자녀를 제대로 응대하지 않거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거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몇 가지 어른들의 잘못된 습관은 더 나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끊임없는 잔소리는 오히려 자녀들에게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잘못된 메지시를 전달할 수 있고, 자녀는 위축돼 대화를 멀리하게 만든다. 특히 “너는 왜”로 시작하는 대화는 아예 자녀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아주 잘못된 대화법이다. 때문에 자녀와 대화를 시작하면 부모도 적극적으로 자녀의 얘기를 들어주는 자세를 보여줘야 자녀는 더욱 편안함을 느끼고,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10대 이후에도 서로 진솔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모습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화를 나눌 때 일방적인 판단이나 규칙, 율법을 제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부모의 이런 대화법은 자녀가 자신에게 벌어진 일 등을 숨기도록 해 더 이상 말을 나누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부모의 열린 모습이다.
자녀가 무엇인가 얘기를 시작하면 중간에 말을 끊거나 비판 또는 평가 없이 끝까지 경청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 “네가 생각하는 판단 또는 해결책은 무엇이니?” “네가 볼 때 무엇이 잘된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이니?” 처럼 열린 질문을 던져 자연스럽게 부모의 의견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적인 반응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른 입장에서 볼 때 이치에 맞지 않으면 자연히 짜증이나 화가 날 수 있고 내 충고나 조언이 곧 올바른 해답이라고 자신할 수 있더라도 이런 감정들은 숨겨야 한다. 대신 자녀와의 문답을 주고 받으며 좋거나 옳은 방향으로 자녀를 이끌어 가는 인내를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대화를 위한 대화 대신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대화를 강요하면 그 시작부터 불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산책이나 운전 중, 아니면 간식 시간 등을 이용해 아주 작은 주제부터 시작해 편안하게 말을 주고 받는 게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자녀의 관심사들에 대해 존중하는 대화를 먼저 시작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자세다. 예를 들어 “요즘 SNS에서 뭐가 화제니?” 같은 질문을 던져 부담없이 자녀가 이를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자녀를 존중하는 모습 속에 경청과 질문, 이해가 동반되는 자세가 가장 좋은 대화의 스킬이라고 하겠다.
필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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