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운디드”서 한 단계 진화
지적 탐구자 모습 보여줘야
그동안 미국의 명문대 대학 지원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well-rounded”라는 것이었다. 우리 말로 번역한다면 “다재다능”이라고 할 수 있고, 조금 더 고품격으로 표현한다면 ‘”전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well-rounded”란 학교 성적만 우수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분야에서도 관심과 열정을 가진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대학에서도 이런 지원자에게 더 많은 호감을 갖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자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많은 명문대 지원자들은 일찌감치 많은 과외활동에 참여하고, 나름 알찬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 또 이런 열기로 인해 일부에서는 보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큰 돈을 투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교육계나 사회단체 일각에서는 결국 재정적으로 풍족한 가정의 자녀들이 더 유리하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올 가을학기 명문대 신입생 선발에서 나타난 입학사정의 변화를 소개한다.
명문대 입학사정에서 중시하는 “Interdisciplinarity”
물론 지금도 “well-rounded”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입시 추세를 본다면 이에 대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보여주기 식의 과외활동이 넘치면서 대학들은 학업외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갯수보다는 깊이를 따지게 됐고, 지원자의 가정형편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도 감안하고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알멩이가 없는 것보다는 지원자가 실제로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깊이와 의미있는 활동, 그리고 그 결과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명문대 입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보다 진화된 매우 색다른 모습이 발견된다.
바로 “Interdisciplinarity”란 게 강조되고 있는데, 원래 이 단어는 “학제간 연구” 또는 “학제간 통합”이라고 직역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협력하거나 융합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접근방식을 말한다.
이를 입시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여러 개에 대한 관심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지원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컴퓨터 사이언스에 관심이 많아 이를 전공하고 싶은 지원자인데 윤리학이나 심리학 쪽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이 영역들에 대해 공부하거나 활동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 이유는 요즘 가장 핫한 분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개발에서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첨단 반도체만 갖고서는 제대로 원하는 수준의 AI를 개발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가치, 그리고 사고능력 등이 제대로 반영되고 기술로 나타내야 하는데, 당연히 윤리적인 문제나 지식 등 인문과학 분야가 접목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예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원자라면 생물학이나 화학이란 바탕 학문에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대학은 왜 이를 강조할까?
대학이 이런 지원자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이런 지원자들은 어떤 문제를 접근할 때 새로운 정의와 독창적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창의성, 그리고 문제 해결능력 갖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모여 대학이 중시하는 다채로운 대학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한 몫을 한다.
또 현대 사회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학제간 융합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방법은?
그렇다면 대학 지원자들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과외활동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결을 통한 활동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이언스 클럽에 가입해 있다면 프로젝트를 단순히 사이언스에만 포커스를 할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연결해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음악과 AI를 연결한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첨단기술의 융합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
두 번째는 에세이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이나 흥미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의 학문에 대한 관심을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으며, 전공 선택 이유에서도 이런 점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추천서에서 지원자가 여러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연결성 등을 찾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신 주의할 점도 있다.
분명한 결과나 증거도 없이 말로만 이를 강조하려다 보면 오히려 방향을 잡지 못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관심분야를 먼저 연결해 보는 탐색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서로 다른 분야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 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난 뒤 이를 프로젝트나 활동으로 발전시켜 실체를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 등 내용들을 모아 에세이에 옮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Interdisciplinarity”는 “well-rounded”를 한 단계 발전시켜 집중과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지적 탐구자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입시 경쟁력의 하나라고 하겠다.
필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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