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보도‘철수’씨 메디케어‘혜택 번복’
소셜국, 보험료 받으면서 혜택 거부
메디칼 받아 건강보험 유지해야
소셜시큐리티 번호로 세금을 낸 불법체류자들의 메디케어 보험 자격을 놓고 소셜시큐리티국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원칙적으로 세금을 냈다고 해도 메디케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으로 메디케어 혜택을 받고 있다가 갑자기 메디케어를 박탈당한 한인 사연이 알려져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메디케어 보험료까지 꼬박 내고 있었다. 또 소셜시큐리티국은 자격이 박탈된 후에도 체류 신분을 회복한 후 벌금을 내지 않으려면 메디케어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메디케어 혜택 중단
본보 2022년 10월호에 소개된 캘리포니아 옥스나드 거주 철수 씨(74, 가명) 사연이 이번에는 완전히 뒤집히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철수 씨는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가지고 있는 불법체류자로 근로 크레딧을 충분히 쌓아 메디케어 보험 혜택까지 받고 있었다. 보험료까지 내고 있었던 철수 씨는 최근 진료비가 지불되지 않는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고 소셜시큐리티 사무실로 찾아 갔다가 메디케어 혜택을 중단됐다는 말을 들었다. 소셜시큐리티국은 보험료를 계속 받고 있으면서도 철수 씨의 메디케어를 중단한 것이다.
세금 낸 불법 체류 신분
철수 씨는 이민으로 미국에 들어와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받았다가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추방 재판을 받고 불법체류자가 됐다.
처음에 받았던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가지고 30년 넘게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꼬박 세금을 냈고 미국의 사회보장 혜택에 필요한 40점 크레딧도 넉넉히 쌓았다.
철수 씨는 그러나 불법체류 신분이어서 65세가 된 후에도 메디케어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있다면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다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메디케어를 신청했다. 그런데 메디케어가 나온 것이다.
근로 기록이 10년 40 크레딧이 훌쩍 넘어 파트 A는 무료로 받았고 파트 B 보험료를 내고 메디케어를 받은 것이다. 다만 65세에 신청하지 않고 5년 후인 70세에 신청한 데 따른 벌금이 가산돼 한 달에 235달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철수 씨는 소셜연금을 받지 못한다. 소셜시큐리티국은 철수 씨의 메디케어 신청을 받으면서 합법 체류 신분의 노동 허가가 없으므로 미국에서는 연금 지급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노동 허가를 받으면 미국 내 지급이 가능하므로 일단 연금 신청은 해 놓으라는 권유에 따라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보험회사 바꿔 문제 드러나
철수 씨는 메디케어 카드를 받은 후 모 건강보험회사가 판매하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파트 C) 플랜에 가입해 아무런 문제 없이 혜택을 받았다.
2021년 AEP 기간 중 혜택을 더 많이 준다는 다른 건강보험 회사의 메디케어 플랜으로 옮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회사에서 불법체류 신분이므로 더 이상 보험을 제공할 수 없다는 편지를 철수 씨에게 보냈다.
참고로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은 합법 이민자들에게만 제공된다.
무릎 수술 등 나이가 들어 의료 혜택이 필요한 시점에 혜택이 중단된다는 연락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셜국 “혜택 줄 수 없다” 번복
철수 씨는 8월 소셜시큐리티 지역 사무실을 찾아 문의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직원으로부터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 메디케어 파트 A와 파트 B는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건강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파트 C와 파트 D는 신분이 안 돼 가입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철수 씨는 계속 파트 B 보험료를 지불했고 소셜시큐리티국에서도 파트 B 보험료 청구서를 계속 보내왔다. 철수 씨는 오리지널 메디케어는 유지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9월과 10월 철수 씨는 발 전문의와 무릎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진료 시설로부터 메디케어에서 진료비 지불을 거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철수 씨는 다시 메디케어 오피스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이번에도 담당 직원이 수퍼바이저와 한참을 상의하고 돌아오더니 불법 체류 신분이므로 철수 씨는 더 이상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철수 씨는 꼬박 메디케어 파트 B 보험료를 납부했다. 하지만 정작 메디케어 혜택은 중단된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이번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수 씨는 소셜시큐리국 대표전화로 다시 문의했다.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철수 씨는 소셜오피스에서 불법체류 신분을 어떻게 확인했느냐고 묻었다. 오피스 직원은 “정부에서는 몰랐는데 건강보험 회사에서 불체자라는 통보를 받고 알았다”는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보험료는 계속 받아
그렇다면 소셜시큐리티국은 더 이상 철수 씨에게 메디케어 파트 B 청구서를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소셜시큐리티국은 계속 청구서를 보냈고 철수 씨는 이에 따라 보험료를 계속 냈다.
이에 대해 소셜오피스 직원은 철수 씨에게 보험료를 계속 낼 것인지의 여부는 철수 씨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트 B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나중에 철수 씨가 합법 신분으로 다시 메디케어에 가입한다면 그동안 가입하지 않은 데 따른 벌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 철수 씨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철수 씨는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메디칼 신청
철수 씨는 건강 보험이 필요하다. 다행히 캘리포니아는 저소득 불체자에게도 ‘메디칼’건강보험을 제공한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철수 씨는 메디칼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필요하므로 어쩔 수 없이 지출을 늘려 과세 소득을 메디칼 신청 수준 이하로 줄여야 한다. 철수 씨는 “소셜시큐티국에서 불법체류 신분에 대한 일괄된 정책이 없는 것 같다”면서 허탈해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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