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10종 브랜네임 협상 가격 확정
2026년 적용, 2025년 환자 분담금 2,000달러 제한
파트 D 약값 대부분 지급 메디케어 큰 절약
10년 동안 가격 협상 대상 약품 500종 확대
한인들도 많이 복용하는 당뇨약을 비롯한 값비싼 브랜드 네임 의약품 10종류 가격이 2026년부터 대폭 낮아진다.
연방정부는 지난달 메디케어 사무국과 제약회사 간의 오랜 협상 끝에 가장 많은 미국인이 복용하는 비싼 브랜드 네임 약품 10종의 약값을 대폭 내린다고 발표했다. 합의된 가격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이번 협상 가격 인하로 세금을 거둬 운영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봤다. 하지만 협상 대상 약품들은 보편적인 약은 아니어서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내년부터 적용되는 메디케어 가입자의 연간 자기 분담금 2,000달러 상한선은 상당히 많은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약 10종은 혈전을 막아주는 혈액 희석제와 관절염 약이 대거 포함된다. 연방정부는 이번 가격 인하로 메디케어의 부담이 연간 메디케어 약값 지불금의 22%에 해당되는 6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프로그램에 계속 반대해 온 약품 제작 업계는 이번 협상이 결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혈액 응고억제제 ‘엘리퀴스’ 제작사인 브리스톤 마이어 스퀴브사는 새 약값이 “이 필수 의약품의 실질 임상적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새 약값이 메디케어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 연방정부는 메디케어에서 약값으로 얼마를 지불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수백억 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케어 실질 지출액을 분석하는 의료경제 전문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새 협상 가격이 연방정부가 최근 수년 동안 지불해온 가격보다 더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어떤 약은 할인 비율이 더 높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조지타운 대학의 잭 호들리 메디케어 연구학 교수는 “매우 인상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스트릿 증권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제약 회사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약값 할인 액수가 이미 알려진 것보다 더 높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제작사들의 주식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았다.
파트 D
메디케어 파트 D 프로그램은 시니어 가입자들이 복용하는 약값의 대부분을 지불해 준다.
또 파트 D 가입자 900만 명은 2023년부터 첫 협상 대상 약 10개 중 최소 1개 이상을 복용한다.
연방의회는 지난 2022년 기후와 보건, 세제 개혁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통과시키면서 연방보건후생부 장관에 메디케어를 대신해 약값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메디케어 가입자들의 인슐린 복용 가격이 월 35달러로 제한됐다. 또 연간 메디케어 가입자들의 자가 분담금을 2,000달러로 대폭 낮췄다. 이렇게 되면 메디케어 파트 D의 가격 사각지대인 일명 도너츠 홀(커버리지 갭, coverage gap)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다. 이 2,000달러 상하선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올해까지는 보험회사와 가입자가 지불하는 연 약값이 5,030달러를 넘으면 도너츠 홀로 들어가 가입자가 약값의 25%를 내야 한다.
한 달 복용 약값 총액이 1,000달러라고 가정하면 6번째 달부터는 가입자가 월 250달러의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도너츠홀이 없어지는 2025년부터는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1년 약값이 2,000달러로 대폭 낮춰지기 때문에 비싼 약을 많이 복용한다고 해도 월평균 120달러 정도만 내면 필요한 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 9,000달러 약값 지불
백악관은 약값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관절염 환자인 은퇴 간호사 주디 에이켄과의 대화 내용을 홍보 동영상으로 내보냈다.
에이켄은 바이든에게 지난해 관절염 복용 약 ‘엔브릴’(Enbrel) 약값으로 9,000달러가량을 지불했으며 어떤 때는 약값 부담으로 아예 약을 건너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현재 가입하고 있는 메디케어 플랜에 따라 올해 첫 재처방 가격으로 이미 2,200달러를 냈다고 말했다. 이미 도너츠홀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새 약값 조정에 따라 그녀가 복용하는 ‘엔브릴’ 약값은 1년에 730달러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연간 2,000달러 제한
하비에라 베세라 연방보건후생부 장관은 전체 미국인들이 비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메디케어 가입자들이 얼마나 큰 도움을 받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약값은 메디케어 파트 D와 가입자가 한 달에 지불하게 될 최대 금액이며 약값 지불 비율에 따라 메디케어가 대부분의 약값을 지불하고 나머지만 가입자가 지불한다.
이 협상 대상 약들은 제작사들의 특허권이 적용돼 경쟁 없이 수년 동안 독점 판매돼 온 것들이다.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제작사들과의 가격 협상 대상 품목을 수년간 더 늘려가게 되며 10년 동안 총 500가지 독점 약들이 협상 대상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연방정부는 밝혔다.
현재 메디케어 가입자는 6,000만 명으로 그중 90%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 이번 발표가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지만 비영리 보건정책 연구그룹인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지난 4월 말~5월 초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절반만이 연방정부와 제약회사 간의 약값 협상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약값 지불 보험
메디케어 파트 D는 가입자들의 처방약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해 준다. 파트 D는 연방정부가 운영하지 않고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건강보험 회사들이 만들어 판매하며 현재 수백여 종류의 플랜들이 나와 있다. 따라서 보험료와 적용 약 품목도 천차만별이다.
파트 D 플랜들은 ‘약국 이익 매니저’라고 불리는 중개인 PBM을 고용해 제약사들과 정부를 위한 약값 협상을 벌여 시판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이로인해 메디케어는 이미 협상 대상의 의약품 권장 가격보다 더 낮은 돈을 제약회사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 결정에 따라 연방정부가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도 메디케어 가입자들을 위해 직접 제약회사와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이다.
정권 따라 변수도
이번 협상은 제약회사들의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 협상 프로그램은 헌법에 위배되는 데다가 신약 개발의 의지를 꺾어 환자들에게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아직 상당수의 소송이 계류 중이지만 전망을 밝지 않다.
제약회사협회의 스티븐 우블 회장은 성명서에서 협상 프로그램은 가격 담합에서 정치로 변질됐다며 맹비난했다.
제약사들은 메디케어 협상 프로그램으로 일반 마켓 가격까지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메디케어의 할인 가격이 공지되면서 개인 보험사들을 대표하는 중개인들이 제약 회사들에게 더 낮은 가격 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 프로그램이 트럼프 대통령 시대로 접어들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지 못한다.
보수 정권 집권 정책을 제시한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의 ‘프로젝트 2025’는 이 가격 협상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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