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시작, 폭염 더 심해질 듯
외출 자제하고 낮 운동 피하며 수분보충
뇌는 열 낮추기에 힘써 인지 기능 저하
노인 체내 수분량 줄어 갈증 덜 느껴 위험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첫날인 지난달 20일 미 전국이 가마솥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중서부와 동부는 5일간 100도가 넘는 폭염으로 건강 주의보가 발령됐다.
비교적 시원한 남가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말 올해 첫 90도가 넘는 폭염이 쏟아지더니 연일 80도 후반과 90대 초반의 더위가 엄습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낮 운동을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고온은 우리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심장병 위험을 높이고 열사병을 유발해 심하면 죽는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체내의 전체 수분량이 줄어든다. 따라서 갈증을 잘 못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럴 경우 몸은 더위에 더 약해져 고온, 고열로 인한 증상들도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열은 우리 뇌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신경질 적으로 만들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인지능력 저하
고온이 인지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보고서는 많이 나와 있다.
한 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 온도 4도가 올라가면 기억력 테스트와 반응시간, 일을 실행하는 기능이 평균 10% 하락한다는 것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박지성 환경 및 노동경제 전문교수는 고등학교 표준학력 점수가 72도(섭씨 22도) 이상에서 매 1도씩 올라갈 때마다 0.2%씩 떨어졌다고 밝혔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컨 없이 90도 실내에서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면 성적 차이는 매우 커지게 된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성인 특히 노인들 역시 고온에 노출 되면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박 교수는 또다른 연구에서 평균 이상으로 더운 날씨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표준 학력테스트 점수는 낮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실내 온다고 80도 이상 올라가면 더욱 그렇다. 그는 계속 폭염에 노출되면 학생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거의 모든 나라가 여름에는 방학을 한다. 더워서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고 냉방비도 많이 든다.
고온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 문제는 저소득 층, 또 소수계 학생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집에서 또는 학교에서 에어컨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열이 공격적으로 만드는 이유
범죄 기록을 살펴보면 고온과 공격적인 성향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살인사건이 더 많았고 또 남을 공격하는 사건 또는 가정 폭력 사례들이 더운 날에 더 높게 나타났다.
중범이 아니어도 일상생활에서도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기온이 올라가면 운전할 때 더 많이 경적을 울린다. 또 온라인 상에서도 남을 비방하는 혐오 글들이 더 많이 쏟아진다.
지난 2019년 선선한 방과 더운 방에서 비디오게임을 한 사람들의 성향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위협이나 공격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나는 폭력성 즉, ‘반응성 공격’이 특히 더운 방에서 비디오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타났다. 사람들은 더운 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더 적대적으로 받아들여 비슷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주립대학의 킴벌리 메덴바워 심리학과 부교수는 이런 반응적 공격이 증가할 때는 인지 기능에서 있어서 열 효과와 관련이 있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자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없이 반응하거나 행동을 자제할 수 없는 경향이 있는데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에 주는 영향
과학자들은 왜 고온이 인지나 감정에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모른다. 다만 몇가지 이론들이 소개되기는 한다.
한가지 이론은 뇌의 모든 에너지가 몸의 열을 식혀주는데 집중하게 되므로 다른 것에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메덴바워 교수는 “뇌로 올라가는 모든 피와 뇌의 포도당을 열 조절에 모두 할당하게 된다면 인지 기능을 높이는 등의 다른 활동에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감지하는 느낌 때문에 집중이 안되고 신경질 적이 될 수 있다. 이는 뇌가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식히지 않는다면 뇌는 우리 몸이 더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몸은 생존을 위해 몸을 식힐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고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신경외과 교수는 설명했다.
잠을 설쳐
잠을 잘 때 열 효과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울수록 잠을 더 자지 못한다. 더위가 잠을 방해한다는 말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뇌의 기능도 더 떨어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위에 노출된다면 가능한 빨리 몸을 식혀야 한다.
에어컨이 없다면 선풍기도 도움이 된다. 또 물을 많이 마셔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기분과 인지 능력은 외부 온도가 얼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이 현재 얼마나 더운가가 중요하다. 몸의 열을 식혀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만성 진환자가 주의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여름철에는 혈압과 혈당이 낮아지는 편이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여름철 더위를 조심해야하는 이유가 단순히 일사병, 열사병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노인환자들의 기저질환이라고 한 의학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그는 여름철 갑작스런 운동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넷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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