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 최고의 영예는‘명예의 전당’
이보다 더 우위는 극소수‘대통령 자유 메달’
지난 5, 6월 미국 스포츠계는 3명의 큰 별을 잃었다. 농구의 빌 월튼, 제리 웨스트, 야구의 윌리 메이스다.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NCAA 토너먼트, NBA 챔피언십, 월드시리즈 등을 우승했다. 아울러 선수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도 헌액됐다.
센터 월튼은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존 우든 감독 밑에서 UCLA 88연승과 NCAA토너먼트 7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1974년 NBA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돼 1977년 정상에 올려 놓았다. 포틀랜드의 유일한 NBA 우승이다. 해설자로도 명쾌하고 유머스러운 해설로 이름을 떨쳤다. 아들 루크 월튼은 LA 레이커스와 새크라멘토 킹스 감독을 역임했다. 오랜 암투병으로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포인트가드 제리 웨스트는 NBA 실루엣 로고의 주인공이다. 선수와 프런트맨(제네럴매니저)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을 나와 1960년 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LA 레이커스에 지명됐다. 레이커스에서만 15년을 뛰었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슛으로 ‘미스터 클러치’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명문 레이커스에서 우승과는 큰 인연을 맺지 못했다. 라이벌 보스턴 셀틱스라는 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딱 한 차례(1972년) 밖에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1969년 셀틱스에 3승4패로 챔피언십을 놓쳤지만 기자단을 그에게 MVP를 수여했다. NBA 챔피언십 역사상 패한 팀에서 MVP가 배출된 유일한 케이스다.
은퇴 후 레이커스의 GM으로 변신해 탁월한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 감독 생활은 3시즌을 짧게 했다. 1980년대 매직 존슨, 카림 압둘 자바의 쇼타임 시대를 연 주역이다. 이어 코비 브라이언트 트레이드, 샤킬 오닐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LPGA 골퍼 미셸 위와 결혼해 그녀의 시아버지였다. 향년 86세.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레전드 윌리 메이스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파이브 툴 플레이어’다. 파이브 툴은 배팅 에버리지, 파워, 주루, 수비, 강한 어깨 등 5가지 무기를 갖춘 선수를 일컫는다. 초창기 MLB의 인기를 끌어 올린 선수는 홈런 아이콘 베이브 루스다. 그러나 루스는 수비, 주루 어깨 등이 정상급 수준은 아니었다. 루스와 함께 MLB 역대 최고의 듀오 타선을 이룬 뉴욕 양키스 1루수 루 게릭도 발은 빠르지 않았다.
메이스는 MLB 통산 23년 동안 통산 타율 0.301, 홈런 660, 타점 1909, 도루 339개, OPS 0.940을 남겼다. OPS는 출루율 + 장타율로 최근야구는 타율보다 더 가치있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2024시즌 현재 MLB 평균 OPS가 0.704다. 메이스의 기록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은퇴할 때 베이브 루스의 714개 다음으로 MLB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다. 훗날 행크 애런(755), 배리 본즈(762), 앨버트 푸홀스(703), 알렉스 로드리게스(696) 등이 앞섰다. MLB 사상 600홈런 이상, 300홈런 이상도 메이스가 첫번째 기록 작성자다. 이 역시 본즈(762홈런-514도루), 로드리게스(696-329가 뒤를 이었다. 또 타율 0.300, 안타 3000, 홈런 600, 도루 300개 이상을 작성한 유일한 MLB 타자다.
웨스트와 메이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대통령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상자라는 점이다. 선수 최고의 영예는 ‘명예의 전당’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우위인 게 대통령 자유메달이다. 극소수다. 특히 문화 예술, 예능과 스포츠는 팬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만 자유메달을 수상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메이스는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웨스트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수상했다.
미국의 대통령 자유메달은 심사위원회가 선정하지만 재임 대통령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된다. 실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재임 기간의 자유메달 수상자 면면을 보면 대통령이 추구하는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무려 118명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제정한 이후 역대 최다 메달 수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식적으로 많은 공로자에게 메달을 수여한 듯하다. 마이너리트가 두드러졌다. 흑인, 여성, 성소수자, 인종 차별 시대의 재즈 뮤지션 등. 농구 광팬인 대통령 의중도 드러났다. 농구인은 NBA 최다 챔피언 빌 러셀, 팻 서미트(테네시 여자 대학 감독), 딘 스미스(노스캐롤라이나 감독), 카립 압둘 자바, 마이클 조던이 오바마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감독을 제외한 선수 출신은 모두 흑인이다.
메이저리거도 시카고 컵스 어니 뱅크스, 윌리 메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요기 베라, 캐스터 빈 스컬리 등도 오바마가 직접 목에 걸어줬다. 테니스 레전드 빌리 진 킹, 샌프란시스코 의회 의장이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펼친 하비 밀크(영화로도 제작됐다), 방송인 엘렌 제네레스 등은 레즈비언이며 호모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투쟁과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인정했다.
흑인 엔터테이너도 오바마로부터 빛을 발했다. 아카데미 최초의 흑인 남우주연상 주인공 시드니 포이티어, 치타 리베라, 시셀리 타이슨, 오프라 윈프리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자유메달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 마음대로이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동안 역대 최소 24명에게만 훈장을 줬다. 본인이 골프를 좋아한 탓에 24명 가운데 골프인이 3명이다. 타이거 우즈, 개리 플레이어, 안니카 소렌스탐. 사실 우즈는 이룬 업적은 대단하지만 모범적인 시민은 아니다. 어머어마한 섹스스캔들로 지탄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NFL의 역대 최고 러닝백으로 인정받는 짐 브라운은 자유메달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83세로 타계한 그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짧게 현역 생활(1957~1965년)을 마쳤다. 그러나 9년 동안 9차례 프로볼(올스타게임)에 선정됐고, 8차례나 러싱 1위를 기록한 전설이다. 은퇴 후 영화배우, 민권운동가로 흑인들의 권리와 차별 폐지에 앞장섰다. 대통령 자유메달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성추행 혐의와 사생활이 롤모델로서는 부족해 끝내 훈장을 받지 못했다. 물론 사후에도 대통령의 마음에 따라 수상자가 될 수는 있다.
메이저리그와 니그로리그 출신으로 대통령 자유메달 수상자는 총 14명이다. 첫 수상자가 1977년 뉴욕 양키스 외야수 조 디마지오(제럴드 포드 수여)다. 마를린 몬로와의 결혼으로 유명했던 핸섬 가이다. 1984년 미국 스포츠의 흑백 장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로널드 레이건)이 두 번째 수상자다. 이후 테드 윌리엄스(조지 H W 부시), 행크 애런, 로베르토 클레멘테, 프랭크 로빈슨, 니그로리그 벅 오닐(이상 조지 W 부시), 스탠 뮤지얼, 어니 뱅크스, 요기 베라, 윌리 메이스, 빈 스컬리(이상 버락 오바마), 베이브 루수(사후), 마리아노 리베아(이상 도널드 트럼프) 등이다. 1940년대 활동자들은 대부분 제2차세계대전 및 한국전쟁에 참가한 베테랑들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점이 도드라졌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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