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56-57.
지난 28일 구단 창단 이래 첫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징했던 숫자다. 올해를 끝으로 밀워키 팬들의 한을 풀게 되면서 의미가 없었다. 밀워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탬파베이 레이스를 4승1패로 누르고 첫 WS 우승에 성공했다. 30일 밀워키 지역 주민 수십만 명의 자발적으로 나와 우승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56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44년은 1982년 마지막 이후 월드시리즈에 다시 진출한 기간이다. 56년은 밀워키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1970년을 뜻한다. 구장에서 많은 밀워키 팬들이 56을 흔들었다. 57년은 밀워키의 전신 시애틀 파일럿츠가 창단된 1969년을 의미한다. 1969년 아메리칸리그로 창단된 시애틀은 재정 부족으로 파산했다. 당시 밀워키에서 자동차 대리점을 하고 훗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를 역임한 버드 실릭(92)이 파산 법원에서 인수했다. 밀워키 야구의 산파다. 우승 퍼레이드에 고령인 실릭은 팬들의 환호와 존경 어린 마음속에서 참가해 큰 박수를 받았다.

9시 넘기면 맥주 못파는 브루워스
닉네임 ‘브루어스(Brewers)’는 아시다시피 양조자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맥주 밀러(Miller Brewing Company)의 본사가 있기 때문에 붙은 애칭이다. 1855년에 만들어진 유서깊은 회사다. 밀워키는 5대호를 끼고 있는 위스컨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재미있는 점은 맥주회사로 유명한 지역인데 마켓에서 밤 9시가 넘으면 맥주를 살 수가 없다. 밤 9시가 주류 판매 금지시간이다.
밀워키는 인구 57만 여명의 소도시다. 광역 지역을 포함한 메트로폴리탄을 합쳐도 인구 157만 여명 정도의 스몰마켓이다. 밀러 맥주 외에 이 도시를 상징하는 게 미국 제조업의 마지막 자존심격인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이다. 1903년에 설립된 할리-데이비슨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 바이크족의 로망은 할리-데이비슨 소유고 이를 개조해서 타고다니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1901년 20세의 윌리엄 S. 할리와 그의 친구 아서 데이비슨이 엔진 설계도를 작성하면서 시작돼 오토바이의 대명사가 됐다.
밀워키에는 NFL 그린베이 패커스(밀워키에서 110마일 떨어져 있다)와 밀워키 벅스, MLB 브루어스 등 3개의 메이저 프랜차이즈가 있다. 슈퍼스타들이 은퇴할 때 구단에 주는 선물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다.
미국 4대 메이저 종목의 우승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 특히 밀워키나 탬파와 같은 스몰 마켓 구단은 더욱 그렇다. 2026년 월드시리즈 밀워키 브루어스-탬파베이 레이스전은 ‘노 월드시리즈’ 팀의 대결이었다. 누가 이기든 첫 우승이 되는 결과였다.

MLB에서 프랜차이즈 첫 우승을 노리는 팀의 마지막 대결은 1980년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이었다. MLB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필리스는 로열스를 4승2패로 누르고 무려 97년 만에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필리스는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16개 팀 가운데 마지막 우승팀이다. 필리스를 감안하면 브루어스의 57년은 약과인 셈이다.
최근에 미국 스포츠에서는 창단 이래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팀들이 꽤 있다. MLB에서는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 2023년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다. 애스트로스는 56년, 내셔널스는 196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출범해 51년이 걸렸다. 레인저스는 워싱턴 세네터스로 1961년 신생팀으로 가입했다. WS 우승까지 63년을 기다렸다. 우승을 이끈 부르스 보치는 MLB 사상 양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3번째 감독이다. 스파키 앤더슨(신시내티 레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토니 라루사(오클렌드 에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보치 등이다. 현재 SF 자이언츠 고문을 맡고 있는 보치는 내셔널리그에서 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명예의 전당 가입은 시간 문제다.
밀워키의 우승으로 현재 MLB에서 WS 정상을 밟지못한 팀은 4군데다. 3차례 정상 도전에 실패한 탬파베이를 비롯해 샌디에고 파드리스, 콜로라도 로키스, 시애틀 매리너스다. 특히 파일럿츠가 밀워키로 이전한 뒤 1977년에 창단되 시애틀은 WS 진출조차 못했다. 그런데 노 우승의 기간으로 따지면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2승4패로 역전패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가장 길다. 두 차례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우승이 1948년이다. 이번에도 정상 탈환 실패로 78년이 경과됐다.

‘염소들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로 WS 우승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시카고 컵스가 1908년 이후 정상에 다시 올라서는데 걸린 기간이 108년이다. 2016년 WS다. 이 때 상대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당시 애칭)다.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WS 진출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가장 오랫동안 WS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다.
NBA와 NHL은 우승을 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 16승을 거둬야 한다. MLB는 WS 정상에 올라서는데 디비전시리즈 팀은 11승, 와일드카드를 거치는 팀은 13승이 필요하다. 운이 좋아 우승을 하는 Fluke는 없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샌디에고 파드리스 3승1패, LA 다저스 4승, 탬파베이 레이스 4승1패 등 PO에서 11승2패를 올려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NBA에서는 2023년 덴버 너기츠, 2025년 오클라호마시티 선더가 구단 창단 후 첫 우승을 맛봤다. 덴버는 원래 1967년 ABA 로키츠로 출발했다. ABA가 NBA로 합병되면서 1976년에 합류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인디애나 페이서스, 뉴저지 네츠 등이 ABA에서 합류한 프랜차이즈다. 덴버는 NBA 합류 47년 만에 니콜라이 요기치(세르비아)라는 당대 최고의 센터 겸 파워포워드를 보유하면서 첫 우승에 성공했다. 창단 첫 우승을 안긴 마이클 말론 감독은 2025년 성적 부진으로 해고됐다. 올시즌부터 대학농구 명문교 노스캐롤라이나를 지휘한다.
OKC 선더의 전신은 시애틀 슈퍼소닉스다. 창단 우승을 하는데 59년이 소요됐다.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1967년에 창단됐다. 슈퍼스타 케빈 두란트(피닉스 선스), 러셀 웨스트브룩(은퇴), 제임스 하든(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이 떠나고 리빌딩을 거쳐 우승에 성공했다. 2025, 2026년 정규시즌 MVP와 2025년 파이널 MVP에 등극한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중심으로 젊고 스피드있는 팀으로 바뀌면서 우승 팀이 됐다. 2026-27시즌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피닉스 선스, 유타 재즈, 브루클린 네츠, 올랜도 매직, 인디애나 페이서스 등 5개 팀이 우승이 없다. 모두 파이널에는 진출했다. 유타 재즈의 파워포워드 케빈 말론-포인트가드 존 스탁턴 콤비는 NBA 역사상 최고의 픽 & 롤 무기를 갖고 있었으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동시대에 활동한 불운으로 두 차례 파이널에서 시카고 불스에 모두 졌다.
NFL의 슈퍼볼은 월드시리즈(122년), NBA 챔피언십(80년)보다 역사가 짧다. 1966년에 슈퍼볼이 시작됐다. 4연속 슈퍼볼에 진출하고도 꼭지를 따지 못하고 무관으로 머물러 있는 버펄로 빌스를 비롯해 12개 구단이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아직 구단에서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NBA 챔피언십, 스탠리컵, 슈퍼볼의 우승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래서 팬들은 열광하고 우승에 목을 매는 것이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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