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 맞은 자녀 손주 있다면 권하고 싶은 여행
초입 윌리엄스에서 매일 출발하는 3시간 코스
애리조나 서부 풍경 그대로 재연하는 관광열차
해발 1만2000피트 눈덮인 험프리픽 등반도 덤

미 서부지역 유명 관광지를 꼽으라면 그랜드캐년을 빼놓을 수 없다.
꺼진 것일까 아니면 솟아오른 것일까. 오랜기간 콜로라도 강에 깎여 만들어진 수천피트 절벽이 그림 그리듯 여러가지 지층으로 겹겹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곳.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여행객들에게 필수 여행 코스이기도 한다.
남가주에 사는 기자도 벌써 여러 차례 방문해 누구보다도 익숙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캠핑으로. 보이스카웃 아들의 등반 코스로. 그랜드 캐년 바닥 콜로라도 강 옆 팬텀 랜치까지 1박2일 캠핑코스로 또 초여름 보이스카웃을 인솔해 한낮 120도가 넘는 그랜드캐년 바닥을 횡단하다 탈진 일보직전까지 갔던 2박3일 ‘림투림’ 등반 등등. 생각할수록 기억이 새롭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지난 5월 초 집안의 경사를 치르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겠다는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그랜드 캐년 관광길에 나섰다. 이번에는 고된 등반 여행이 아니라 힐링이 필요한 시간을 갖고 싶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여행을 구상했다.
그랜드캐년 초입의 작은 동네 윌리엄스에서 그랜드캐년을 잇는 관광열차 여행. 60마일 거리이지만 최고 시속 40마일 속도로2시간 반이 걸리는 기차다.
아침에 출발해 점심 무렵 그랜드캐년 역에 도착한다. 그랜드캐년이 내려다보이는 ‘사우스림’ 둘레를 돌고 또 짬 내어 구불구불 바닥으로 내려가는 샛길을 따라 짧은 등산도 즐긴 후 3시반에 다시 윌리엄스로 되돌아가는 열차 관광이다.
사막을 지나 울창한 침엽수림을 지나고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내리는 열차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기타 치고 노래 불러주는 ‘방랑 시인’, 서부시대 열차 강도, 이를 쫓는 보안관, 입담으로 열차 승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객실 담당 안내원 등등.
자녀들 또는 손주들이 방학을 맞아 가족 여행 갈 곳을 찾는 다면 그랜드캐년 열차관광을 추천한다.
관광하고 내친김에 인근 애리조나 스노우보울과 아직도 눈덮힌 해발 1만2000피트의 ‘험프리 픽’을 거치는 4박5일코스. 쫓기듯 살아오는 도심의 생활을 한번쯤은 털어내고 아득한 노스텔지아의 세계로 이끄는 추억의 여행이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방학맞은 자녀 손주와 함께 하는 최고의 관광 상품
시속 40마일 거북이로 등반하는 그랜드캐년 관광열차
기타 둘러매고 컨트리송 불러주는 ‘악사’
애리조나 ‘서부활극’ 재연하는 열차강도 볼거리 풍성


목적지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 북쪽 ‘노스림’. 하지만 5월15일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늘상 찾아 갔던 남쪽 ‘사우스림’으로 바꾸고 그랜드캐년 관광열차를 타기로 했다. 관광열차는 그랜드캐년 초입마을 윌리엄스에서 출발한다.
힘들게 서두르는 등반길이 아니다. 조용히 쉬고 싶은 휴식 여행. 기차도 타고 풀냄새 피어나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여유롭게 식사도 하는 힐링 타임.
기자가 사는 오렌지카운티에서 그랜드캐년 초입 마을 윌리엄스(애리조나)까지는 425마일. 쉬지 않고 운전하고 달려도 6시간을 넘게 걸리는 거리다.
예전 같으면 단번에 내달리는 거리였겠지만 나이를 생각해 7시간반 운전을 택했다.
LA 유니언 역에서 출발하는 앰트랙 기차를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밤9시반에 출발해 인근 도시 플랙스탭 도착하는 시간이 다음날 새벽 3시50분. 다시 LA로 돌아올 때는 잠시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기차로 갈아타야 하므로 여행짐을 끌고 다니기가 번거로워 윌리엄스까지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끝없는 사막도로 운전길
5월7일(수요일) 오전 11시 집을 나섰다. 낮시간이라 교통 체증은 없다.
기름 가득 채운 차를 몰고 15번에서 바스토우에서 40번 프리웨이로 갈아타고 사막 도로를 달렸다. 마차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던 영화 같은 서부시대를 상상하는 횡단 운전의 즐거움도 쏠쏠하다.
애리조나 주경계를 넘어 얼마쯤 달렸을 까. 맑았던 하늘 군데군데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려 댄다. 차창에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에 마음이 다 후련하다. 저 멀리서 번개불이 몽환적이다. 먼 산등선과 하늘을 연결하는 웅장한 무지개가 동화책 그림처럼 그려진다.
앞이 훤하게 트여 있는 끝없는 구릉 평원의 도로. 동부의 숲속 길이 있다면 서부에는 사막 길이 있다.

관광 마을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면 윌리엄스까지는 3시간 거리. 애리조나 킹스맨에서 기름을 채우고 달려가 오후 6시반에 윌리엄스에 도착했다.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프리웨이에서 내려 미국 서부의 명물 도로 ‘66’번도로 들어선다. 윌리엄스를 가로지르는 국도다. 초입에서 마을을 빠져나갈 때까지 운전으로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다. 인구 3,000명인 이곳은 오직 그랜드캐년 열차 관광객들을 위한 도시라고 보면 된다.
그랜드캐년 관광열차(Grand Canyon Railway)
윌리엄스에서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을 오고가는 관광 열차다.
1901년 처음 개통돼 정기적으로 운행되다가 1968년을 끝으로 더 이상 운행되지 않고 폐쇄됐다. 승객들이 없어서다.
당연히 기차의 허브인 윌리엄스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시골 동네로 전락한다. 미국 역사를 대변하는 ‘66’번 도로상에 위치해 오고 가는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 가는 동네 정도다.
1988년 한 독지가의 기부로 열차가 재 개통되면서 요즘은 연중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 열차를 이용해 그랜드캐년을 방문한다.
매일 아침 9시30분 윌리엄스 역을 떠나 56마일 거리의 그랜드캐년을 향해 달린다.
최대 속도는 40마일. 연방 철도국 규정으로는 시속 60마일까지 달릴 수 있지만 절대 40마일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열차 표는 객차 종류에 따라 편도에 성인 1인당 40달러부터 120달러까지 다양하다.
어린이는 반값이다. 편도로 끊어 그랜드캐년까지 간 다음 그곳 숙소에서 며칠 쉬고 다시 윌리엄스로 내려올 수도 있다.

그랜드캐년 관광열차 호텔
출발한지 7시간 반만인 오후 6시30분 윌리엄스에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하루전 8일 그랜드캐년 관광열차 티켓과 열차회사에서 운영하는 숙소를 인터넷을 통해 예약했다. 하지만 도착 당일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나선 여행이어서 그날 묵을 숙소를 찾아야 했다. 동네 곳곳에 모텔이 즐비했다.
혹시 숙소를 추가로 잡을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다음날 예약한 역 호텔로 가보기로 했다.
역 뒤에 자리잡은 거대한 8자 모양의 호텔이다. 객실은 298개로 상당히 크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한다면 하루 159-190달러로 추가 요금 없이 5명까지 잘 수 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간다면 바가지 요금을 쓰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자는 159달러에 방을 예약했었다. 기차 타는 날인 8일 하루 호텔에서 묵을 예정으로.
하지만 도착 당일 방값은 200달러로 뛰었고 다음 다음날인 9일 추가 숙박비를 250달러나 냈다.
방은 깨끗하고 좋다.
퀸사이즈 베드 2개의 넓직한 방이다. 화장실과 욕실도 크고 깨끗하다.
호텔내 식사비도 그다지 비싸지는 않지만 저녁 부페 식당은 1인당 30달러로 비싼 편이다.
평화롭게 다녀오는 또다른 그랜드캐년 관광 버전
은퇴자 관광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길
힐링이 필요하다면 그랜드캐년 열차관광으로
깔끔한 호텔서 도심의 찌든 때 털어내기

그랜드캐년 열차 관광
그랜드 캐년 관광 열차는 오전 9시30분에 출발한다. 출발 30분전인 오전 9시 열차역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서부활극’이 벌어진다. 애리조나는 서부의 본산이다. 샌타모니카에서 시카고까지 이어지는 최초의 ‘오리지널’ 프리웨이 ‘66번 국도가 관통하는 곳. 열차강도와 총싸움이 수시로 벌어지던 곳이기도 하다.
보안관과 ‘악당’들의 한바탕 총싸움이 끝나면 열차가 출발한다.
그랜드캐년 사우스림까지는 약 3시간 남짓한 거리.
복고풍과 현대 열차를 적당히 버무려 놓은 객차마다 평일인데도 30여명의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0개의 객차가 연결돼 있으니 대략 300명은 족히 탔을 것이다.
역을 서서히 출발한 기차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그랜드캐년을 향해 떠난다. 기차에는 식당칸도 자리한다. 현금을 받지 않고 카드만 사용이 가능하다.
객차마다 은퇴한 역무원이 기차와 윌리엄스의 역사를 설명이 끝나면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기타와 하모니카로 컨트리 송을 노래하는 악사가 등장한다. 노래는 3곡. 객차 앞뒤를 오고 가며 부르는 노래에 관광객들이 따라 부르기도 하며 장시간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 준다. 노래를 부르는 악사의 기타와 주머니에는 관광객들이 찔러주는 현금 팁이 수북이 쌓인다. 팁이 나오지 않는 자리가 있다면 악사는 애걸하듯 근처에서 열심히 연주한다. 주머니를 털겠다고 작정한듯. 1달러, 5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10달러 지폐도 찔러준다.
이 열차를 타려면 현금은 꼭 지참해야 할 듯싶다.
거북 걸음으로 열차는 빽빽한 침엽수림 철로를 따라 구불구불 목적지로 향한다.
어느덧 기차는 출발한지 3시간만에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의 기차역에 들어선다. 오후 3시30분 다시 윌리엄스로 출발하니 시간 지켜 탑승해 달라는 ‘경고성’ 안내 방송도 잊지 않는다.

‘와’ 환호성 그랜드 캐년
그랜드 캐년은 한번 ‘와’하는 환호성을 지르고 돌아온다는 관광 명소다.
기차에서 내려 사우스림 트레일 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계곡이 시원하게 가슴을 뚫는다.
겹겹이 판을 쌓아 올려 만든 듯한 계곡의 층 절벽들이 그림을 그려 놓은 듯 겹쳐가며 저 멀리 펼쳐진다. 배낭에 담아간 과일을 먹으며 확 트인 계곡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짧으나마 무명무상의 시간에 빠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은퇴 노년의 부부 관광객들의 모습도 한가롭고 평화롭다.
남은 시간은 3시간.
서둘러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등산로에 들어섰다. 아래까지는 8마일거리이지만 1.5마일 첫번째 휴게 지점까지만 가기로 했다. 가파른 절벽 옆으로 이어지는 스위치 백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지만 올라올 때는 높은 고도의 건조한 공기로 쉽게 지칠 수 있으므로 무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나귀를 탄 관광객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나귀도 쉬어가려는지 아니면 관광객들에게 발아래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할 기회를 주려는 지 군데군데 서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빠르다.
2시간이 조금 넘은 짧은 등산을 마치고 사우스림의 한 식당 앞에서 커피잔을 기울이며 절벽을 내려다본다. “모든 일 내려놓고 여행이나 실컷 다닐까 보다”
오후 3시. 벌써 관광객들이 기차역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대부분 함께 올라갔던 낯익은 관광객들이지만 한동안 사우스림의 여러 숙소에서 묵었다가 윌리엄스로 돌아가는 여행객들도 눈에 띈다.
기차는 올라갈 때보다 조금 속도를 내며 내려간다.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은 2시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저기 멀리 하얀 눈 덮인 보우리가 보인다. 해발 12,633피트의 ‘험프리픽’이다. 5월의 눈.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을 보는 듯하다. 사막 평원위의 눈덮인 산봉우리.
내일은 저곳을 오르리라.

열차강도
기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객차 담당원이 열차강도가 탔다며 강도들이 들어서면 손을 들고 돈을 주라고 말하고는 뒤쪽으로 줄행랑을 친다. 말을 탄 강도들이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고 열차강도를 벌이고 있다. 옛날 서부개척 시대에 평원을 달리는 열차를 말 탄 강도들이 올라타 강도를 하던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다.
3명의 강도가 들어와 승객들의 돈을 갈취(?)한다. 승객들은 일제히 ‘으악’ 비명을 지르고 두손을 들어올린다. 강도는 손님들의 손에 쥐어진 돈을 거둔다. 돈을 주지 않는 승객에게 협박까지 한다. 어떤 승객이 동전을 건네주자 “푼돈을 받지 않는다. 지폐를 달라”고 말한다. 객차 안에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잠시후 총을 찬 보안관이 들어와 강도들을 찾는다. 승객들은 일제히 뒤쪽을 가르킨다. 보안관이 급하게 이들을 쫓는다.
잠시 후 기타를 둘러맨 또다른 악사가 들어와 컨트리송을 연주하며 객차를 오고 간다. 예의 승객들은 잔돈을 꺼내 그의 수고에 답례한다.

1만2,333피트 등산의 시원한 산바람
9,200피트서 시작하는 자연의 성지
플래그스탭(Flasgstaff) 험프리 픽(Humphrey Peak)
플래그스탭은 윌리엄스에서 30마일 떨어진 큰 도시여서 윌리엄스보다는 볼거리가 많다. 이곳은 세도나로 내려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전날 기차에서 보았던 눈봉우리 ‘험프리픽’을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윌리엄스의 동네 식당에서 홈메이드 팬케익을 먹고 프래그스탭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큰 도시여서 눈봉우리만 찾아 가기는 어려웠다.
눈에 들어온 도서관을 찾아 길을 물었다.
매우 친절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센터 위치를 물었는데 “어디를 가느냐”며 지도까지 인쇄해 건네준다. 플래그스탭 자랑도 함께.
우리의 목표는 눈덮인 산봉우리. 안내 지도를 따라 애리조나 스노우보울(스키리조트)에 주차했다. 스키장 슬로프에서는 아직도 1피트 가까운 눈이 쌓여 있다.
슬로프를 가로질러 숲길로 접어 들었다. 해발 9200피트. 차고 건조한 공기에 숨이 찼다. 골바람이 ‘쉭’ 소리를 내며 매섭게 온몸을 휘감아 친다.
구불구불, 눈길과 흙길을 이어가며 1시간쯤 올라갔을 까 앞길은 모두 눈이다. 스파이크를 준비하지 않아 더 이상 갈수가 없다. 1만 500피트에서 발길을 돌렸다.
내년에 아이들과 오면 반드시 정복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하산길에 한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다. 여성 1명과 남성 2명. 40대라고 밝힌 이 여성은 올겨울 미 서부 50개 봉우리를 등반 중인데 이곳에 49번째라고 한다. 남성 2명은 여성의 도우미들이다. 무탈하게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하산을 서둘렀다.
그랜드캐년 기차역 호텔에서 하루는 더 묵고 LA로 서둘러 출발했다.
돌아오는 사막의 길은 갈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여유가 생겨 이곳 저곳 두리번 대며 관광도 겸했다. 7시간 만에 돌아온 집 냄새가 한결 새롭고 정겹다.
관광열차 예약 사이트 https://www.thetrain.com/ 800-843-8724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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