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선발 충분하지만 부상 잦아 구단 연봉 부담 작용
한 수 낮은 한국 리그는 해외파들의 마지막 탈출구
지난 달 전 LA 다저스 류현진(36)은 친정 KBO리그 한화 이글스로 복귀했다. 프리에이전트 협상이 여의찮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24시즌까지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여전히 통할 수 있다고 봤다. 제5선발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구단은 부상이 잦은 류현진에게 연봉 개런티를 많이 해줄 수가 없었다. 개런티 연봉과 함께 기량을 보여주는 인센티브가 높게 제시했을 게 뻔하다.
류현진보다 1살 어린 좌완 제임스 팩스턴의 경우를 보면 판을 읽을 수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아 재기한 투수다. 에이전트도 스콧 보라스다. 좌완, 팔꿈치 수술, 잦은 부상, 비슷한 연령, 2013년 데뷔, 같은 에이전트 등 공통점이 많다. 팩스턴은 계약했고, 류현진은 실패해 ‘마지막 보험’ 한화 이글스를 택했다.
MLB의 경력을 고려하면 류현진이 훨씬 위다. 류현진은 올스타 선발 투수, 월드시리즈 선발, 평균 자책점 1위(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 등 정상급의 훈장을 갖고 있다. 통산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을 남기고 떠났다. 팩스턴은 64승38패 3.69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일본 프로야구나 한국의 KBO리그는 해외파들의 마지막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확실한 보험이다. 팬들에게 인기도 높다. 박찬호, 추신수, 김병현, 김광현 등이 이 길을 걸었다. 올해 37세가 되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예상보다 빠른 일정이다. 일본 타나카 마사히로, 구로다 히로키 등이 MLB 무대 활약을 접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애초 팩스턴은 LA 다저스와 연봉 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됐다. 에이전트 보라스가 흘린 얘기다. 그러나 공식 다저스 발표와는 크게 달랐다. 개런티 연봉이 7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목돈으로 받는 사이닝 보너스가 300만 달러다. MLB는 활동 기간(정규시즌)에 2주 체크를 끊어준다.
다저스는 개런티 연봉은 개막전 26인 로스터 합류로 받는다. 나머지는 인센티브다. 선발 6경기 때부터 짝수로 8, 10, 12, 16경기에 등판하면 60만 달러씩 추가된다. 18, 20경기 때는 100만 달러씩 추가된다. 인센티브는 구단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추가 연봉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선수의 무기는 옵트아웃이다. 프리에이전트가 돼 다시 몸값을 부풀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데뷔 후 풀타임 6년으로 FA가 되기 전까지는 연봉 삭감이 없다. 3년까지는 구단이 인상해주는 돈을 받는다. 신인왕 MVP를 받아도 자기 목청을 내지 못한다. 구단이 시혜를 베푸는 셈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나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는다. 구단의 제시에 맞서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할 수 있다. 대부분 사전에 중간선에서 합의점을 찾는다. 결렬되면 연봉조정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구단과 선수의 막다른 골목이다. 청문회를 통한 연봉조정은 협상이 아니고 둘 중의 하나 선택이다.
연봉조정신청 대상일 때 구단이 도저히 연봉 인상의 기량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논-덴더로 방출한다. 방출과 동시에 FA가 된다. LA 다저스가 신인왕, MVP를 수상한 코디 벨린저를 포기하고 논-텐더로 방출한 이유가 2021년 타율 0.165, 2022년 0.210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논-텐더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에이전트 보라스는 2024시즌에도 류현진이 빅리그 무대에 선다며 협상을 자신했지만 상황은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프시즌을 늘 쥐락펴락하는 보라스는 2023시즌 FA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 장기 계약한 이정후만이 초반 큰 성과다.
류현진은 결국 빅리그를 떠났다. 협상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과감히 친정으로 복귀한 데는 MLB 서비스 기간도 한몫했다. 2013년에 데뷔해 11년 동안 10시즌을 뛰었다. 풀타임 연금 대상자가 됐다. MLB 선수들의 경우 기량이 떨어질 때 혹시나하고 FA 시장을 기다린다. 여의치 않으면 은퇴 선언이다. 2023년에도 스타 플레이어급인 에릭 호스머, 코디 클루버, 안드렐튼 시몬스 등 9명이 은퇴했다.
호스머는 201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월드시리즈 주역이다. 클루버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았다. 시몬스는 LA 에인절스에서 활동한 유격수. 은퇴를 발표한 9명 가운데 7명이 11시즌 이상 활동했다. 현역 시절 벌어들인 연봉으로 노후 걱정은 물론 없겠지만 풀타임 연금 혜택도 보장받는다. MLB는 10년 이상 활동한 선수에게는 62세부터 연간 28만 5000 달러의 연금을 준다. 의료 혜택도 받는다.
MLB에 진출한 해외파 가운데 풀타임 연금 수령자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3명이다. 스타플레이어와 평범한 선수는 연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된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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