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따뜻한 찻잔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온도와 그윽한 향기는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전하며 온전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우리는 종종 ‘커피 수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엔진을 켜고 치열한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커피는 일종의 연료이자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을것 같았던 불볕더위가 드디어 지나가고, 바람의 온도가 내려앉는 가을의 문턱에서는 변한 온도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잔잔한 쉼을 필요로 한다. 커피가 자동차의 가속 폐달처럼 순간적인 힘을 더해준다면, 차는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전하며 온전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따뜻한 찻잔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온도, 코끝을 스치는 그윽한 풀내음과 흙내음은 가을의 정취와도 더없이 잘 어우러진다. 이번 가을, 은은한 향 가득한 가을의 차 한 잔을 내 몸에 선물해 보자. 가을에 어울리는 차 종류를 소개한다.
1. 루이보스(Rooibos)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북쪽 고원지대에서만 자라는 침엽수의 잎과 잔 가지로 만든 허브티로 맑고 짙은 붉은 빛을 띤다. 녹차나 홍차와 달리 카페인이 전혀 없어 밤에 마셔도 무리가 없으며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도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 맛이 은은하게 달콤하면서 구수한 흙냄세와 나무향이 특징이며 오래 두어도 떫어지지 않는다.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체내 활성산소 억제와 피부 미용,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며, 칼슘과 철, 마그네슘, 아연 등의 미네랄도 함유되 있어 신진대사와 면역에 좋다. 따뜻한 우유와 꿀을 더해 루이보스 라떼로도 많이 즐긴다.
2. 국화차
감국과 같은 식용 국화의 꽃송이를 쪄서 말린 뒤 우려마시는 전통차다. 카페인이 전혀 없어 저녁이나 잠들기 전에도 마시기 좋다. 은은한 향이 두통,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한의학에서 감국은 눈을 맑게하는 약재로도 쓰인바 있다. 비타민 A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분해 눈을 편하게 해준다. 국화차는 또한 비타민 C도 풍부하고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성분이 있어 가을철 환절기 초기 감기 증상 완화에 좋다. 국화차는 꽃의 모양도 아름다워 유리 다기를 사용하면 노란빛 차와 꽃의 모양이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꿀을 넣어 달콤하게 먹거나, 혹은 구기자, 대추와 함께 환절기 보양차로도 즐길 수 있다.
3. 얼그레이
19세기 영국의 총리였던 ‘찰스 그레이’의 이름에서 유래한 얼그레이는 홍차 찻잎에 지중해성 감귤류인 베르가못(Bergamot) 오일 향을 입힌 가향 홍차다. 시트러스 특유의 상큼한 향이 홍차의 떫은 맛을 감싸주면서 깔끔한 뒷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얼그레이에는 카페인이 적당히 함유되 있어 부드러운 각성 효과가 있다. 하지만 찻잎 속에 ‘L-테아닌’ 성분이 있어 카페인의 급격한 흡수를 막아주며 차분하게 집중력을 올려준다. 또한 긴장된 신경을 풀어주고 식후 소하를 돕는다. 얼그레이는 너무 오래 우리면 홍차의 탄닌 성분 때문에 맛이 떫어진다. 얼그레이에 따스한 스팀 밀크와 바닐라 시럽을 더해 만드는 ‘런던 포그’는 쌀쌀한 날 특히 사랑받는 메뉴다. 최근에는 얼그레이의 특유의 향이 들어간 얼그레이 케이크, 얼그레이 밀크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4. 가을 차 한잔에 어울리는 디저트
각 차마다 지닌 고유의 풍미와 무게가 있다. 여기에 가을 식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를 곁들이면 차의 풍미가 한층 풍성해 진다. 얼그레이처럼 홍차의 탄닌 성분이 있는 차는 계피 향이 감도는 시나몬 스콘, 혹은 애플 타르트가 어울린다. 사과의 산뜻한 산미와 달콤함, 그리고 버터의 부드러운 풍미가 특유의 묵직한 떫은 맛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쓴 맛이 없는 루이보스는 자연스러운 단맛을 지니기 때문에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구운 견과류, 혹은 무화가가 들어간 파운드 케이크가 잘 어울린다. 맑고 은은한 향의 국화차에는 지나치게 리치한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 보다는 곶감이나 약과 같은 전통 디저트가 어울린다. <서/홍지은 기자>
홍(서)지은 기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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