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손님 한 분이 전화를 걸어오더니 대뜸 화를 내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난 사고가 아닌데 왜 자기보험을 쓰냐면서 말이다. 교통사고 보상 절차를 상세히 설명해드렸지만, 이 손님은 얼마 뒤 다른 변호사에게 케이스를 옮겨갔다. 거기서도 결국 자기보험을 사용하겠지만 말이다. 변호사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의 경험이라 여전히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미국에서 ‘처음’ 교통사고를 당한 고객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본인 과실이 아닌데 왜 자신의 보험을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것으로, 본인의 보험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에 앞서, 양쪽 보험사가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 과실이 있는 쪽에서 쉽게 잘못을 인정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를 보험 용어로 ‘Accept Liability (과실 인정)’라고 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차를 치고 달아나 경찰에게 잡힌 경우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 보험으로 차량 수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되고 시간은 자꾸 지체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대부분 보험 가입 시 ‘자차 보험(collision coverage)’을 구입하며, 본인의 잘못으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차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LA나 오렌지카운티 등 남가주에는 간혹 차가 오래되어, 사고가 나면 차를 폐차하겠다는 목적으로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 자차 보험을 들지 않는 고객도 있다).
그래서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았을 때, 내 보험회사는 우선 이 커버리지를 사용하여 차를 수리하게 되고, 이후 상대방이 과실을 인정한 뒤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차량 수리비를 돌려받게 된다. 이를 법적인 용어로 ‘Subrogation (대위 변제)’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환급받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또 많이 우려하는 것이 “내 보험을 사용했으니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내 보험회사는 상대방 보험회사로부터 사용한 수리비를 돌려받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는다.
간혹 보험료가 올라갔다며 우리 사무실로 항의하는 때도 있는데, 이는 사고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해가 바뀌어 보험이 갱신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처럼) 보험료가 올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또, 만약 잘못된 이유로 보험료가 올라갔다고 하면, 고객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클레임이나 소송을 통해 인상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213-700-3159
<필자 소개>
정대용 변호사는 고려대 사회학과와 Abraham Lincoln 로스쿨을 나왔으며, 한국의 매일경제와 미주한국일보(LA)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마케팅회사에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등을 홍보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교통사고/레몬법 변호사/유산상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Jungdy1821@gmail.com
▶문의: 213-700-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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