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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변호사도 74만 달러 사기당해

범죄에 연루됐다며 수사 협조 당부 수법

“구좌를 안전한 곳으로 이체하라”면 사기

세전 적립 구좌서 당했다면 소득세 폭탄 맞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게 있는 가운데 뉴욕 타임스는 76세 은퇴 변호사가 당한 사기 사건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며 경고음을 울렸다. 

배리 하이틴(76)은 5개월 전 자신이 연방정부의 사기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는 줄 만 알았다. 지난 가을 그는 매주 그의 은행 어카운트에서 돈을 인출했다. 그는 연방정부에 돈을 안전하게 맡기고 자신의 돈을 추적하려는 범죄자를 일망 타진하는 수사를 돕는 줄로만 알았다. 

하이틴은 “그들은 계속 사기 조직을 일망 타진할 수 있는 매우 큰 케이스라고 말했다”면서 “그들에게 토끼굴로 끌려들어간 꼴이됐다”고 망연자실했다. 

그가 당한 피해액은 그의 은퇴 자금 대부분인 74만 달러다. 

 

회수 불가능

은퇴자들은 자신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에서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요즘은 데이팅 사이트나 소셜미디아, 메시지 앱 또는 해킹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사기를 당하는 피해금이 더 크다. 

이런 사기는 돈을 거의 찾지 못한다. 이들 돈이 대개는 해외 구좌로 송출되거나 암호화폐로 변신해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사기꾼들은 정부 수사관을 사칭하거나 애인 구하기 등으로 위장해 시니어들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다양한 심리를 이용해 믿음을 준 다음 사기 행각을 벌인다. 

사이버 범죄 팀을 이끄는 샌타클라라 카운티 검찰의 에린 웨스트 검사는 “사기 행각은 피해자의 모든 돈을 다 빼내간 다음에나 끝난다”고 경고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은퇴 구좌에서 사기를 당했다면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FBI 인터넷 범죄 수사센터에 따르면 2023년 사이버 범죄 피해금액은 125억 달러로 2022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피해금을 더 클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추정했다. 

피해자는 주로 60대 이상이다. 이들에게는 은퇴를 대비해 모아둔 돈이 많기 때문이다. 

 

함정

지난해 9월 하이틴은 직장 은퇴 플랜 401(k) 어카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시도해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수주후 어카운트에 들어갔더니 스크린이 갑자기 변하면서 401(k) 관리회사의 사기 전담반에 전화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는 즉시 메시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찰스 헌트라는 한 남성이 관리 회사의 사기 전담 수사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이틴은 이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돈을 회수하기 위해 담당 변호사가 나서 그 회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수사관을 사칭한 헌트는 하이틴의 IRA와 체킹, 세이빙 구좌가 입금돼 있는 은행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헌트는 하이틴에게 이들 돈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트는 다시 하이틴의 체킹 구좌가 있는 은행 직원이라는 하이든 스미스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스미스는 하이틴에게 누군가가 두번에 걸쳐 각 1만 달러씩 중국에 있는 웹사이트에서 아동성추행 영상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틴에게 “중국에 간 적 있느냐. 중국에 지인이 있느냐. 중국에서 물건을 구입한 적 있느냐”등의 질문을 다구쳐 물었다.  

그는 그런적이 없었다. 스미스는 자신들은 연방 수사기관과 이런 케이스를 공조하고 있다면서 하이틴에게 연방 수사국과 통화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연방 수사관 사칭 

핀 위트록이라는 제3의 남성이 다시 전화에 등장해 자신을 IRS 수사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관 배지 번호까지 주고는 하이틴의 다른 구좌도 위험하다면서 IRS의 안전 금고에 돈을 모두 이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 사칭 사기범은 하이틴이 수사에 협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체킹 어카운티에서 빠져나가는 2만달러까지 찾을 수 있다면서 빨리 해야 된다고 종용했다. 

하이틴은 생각도 하지 않고 즉시 “그래 합시다”면서 컴퓨터 접속을 승인해 주자 이들 사기범들은 그의 은행 구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이 돈들은 비트코인 구좌와 ATM, 전산을 이용한 다른 구좌로 이체되기 시작했다.  

이들 사기범들은 하이틴에서 수사상의 기밀이므로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친밀감 유지 

처음 전화를 했던 스미스는 하이틴과 매일 통화했다. 헌트 역시 매일 아침과 저녁 하이틴에게 전화를 하면서 친구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이틴의 컴퓨터는 밤낮없이 켜 있었고 범인들은 세계 지도 이미지를 띄우고 있지도 않은 수사관들이 범인을 추적 중이라고 속였다. 범인 한명은 싱가포르에서 포착됐다는 거짓말도 했다. 

하이틴은 체킹과 저축 구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11만 3,000달러를 뺏고 그의 은퇴 구좌 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른 구좌로 이체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IRA와 투자 구좌에 83만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0년간 그의 구좌를 관리해 주던 직원이 수상하게 생각해 인출을 막았다. 

사기꾼들은 캐나다에 집을 구입 중인데 은행에 돈이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고 말하라고 하이틴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이를 믿지 않았다. 캐나다의 부동산은 판매된 적이 없었다. 

인출 길이 막히자 사기꾼들은 금을 사는데 필요하다며 또 돈을 인출하려 했으나 이 또한 막혔다. 사기범들은 아예 IRA 구좌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이틴에게 지시했다. 

하이틴은 새 IRA 구좌에 83만 4,000달러를 몽땅 이체 시켰고 2주 후에 이 돈은 모두 범죄자들이 지시한 구좌로 넘어갔다. 

 

세금 문제

하이틴의 은퇴 구좌는 세금을 내기 전 수입에서 적립하는 전통 IRA다. 따라서 찾아 쓰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하이틴은 연방 및 주 세금으로 28만 5,000달러를 내야 한다. 

저축금을 몽땅 잃어버리고 세금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딱한 실정에 놓인 것이다. 

예전에는 사기나 재난 등의 피해자는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18년 세법이 바뀌어 이 부분은 사라졌다. 올해 다시 감면 세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중이다.

존 김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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