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트 비치 초입 해변에 위치한 벤치. 태평양 바다를 내려 보며 잠시 휴식 취하는 바이커들의 쉼터다.
PCH 도로옆 자전거 전용로. 길게 이어진 도로 옆으로 태평양 바다가 펼쳐진다.
샌개브리얼 리버 트레일의 하행길. 강둑을 따라 맞바람을 맞으며 실비치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주말 자전거 타기>
다리 근육 최적의 운동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스피드 일품
신선한 공기로 폐속 노폐물 뿜어내고
뻐근한 다리 근육이 전해주는 즐거운 희열
주말이면 자전거를 탄다. 한동안 조깅에 빠져 토요일엔 허리에 물통 차고 운동화 끈 질끈 맨 채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요즘은 자전거로 바꿨다. 주변에서 바꾼 이유를 묻는다. 대답은 “게을러 져서…”
조깅으로 시작해 마라톤 도로를 내달렸던 ‘도력’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새벽이면 동네 구석까지 구비구비 돌아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세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져 만병이 날아가는 듯하다. 그런데 요즘 꾀가 나기 시작해 좀더 편안한 운동을 찾다 보니 자전거에 오르게 됐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에 죄의식이 가득하다. 몸이 무겁고 거북해 찌뿌둥한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는 운동 중독이라고 들 하지만 앉아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나에게는 운동이 필수다.
주말에 내달리는 자전거 거리는 40~50마일. 집을 나서 LA카운티 샌개브리얼 리버 트레일을 따라 실비치를 돌고 다시 캘리포니아 남북을 잇는 PCH길로 뉴포트 비치까지 왕복 코스다. 기분 내키면 샌디에고 가는 길목까지 도전해 보지만 발보아팍을 지나는 도로길이 자동차와 거가 뒤엉키는 좁은 길이여서 즐겨 가지는 않는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얼굴에 다가오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바다 냄새가 즐겁고 좋다. 남들 가진 만성 질환을 다 지니고 사는 기자의 게을러 지는 몸에 다소 위험하지만 딱 알맞은 운동이다.
‘로드 바이크’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익숙하게 자전거 타기로 쓰자.
오전 7시 집을 나서 5분 만에 도착하는 ‘샌개브리얼 리버 트레일’에는 부지런한 사이클 족들이 벌써 패달을 밟고 위아래로 내달린다.
자전거의 매력은 역시 패달을 밟으며 느끼는 다리의 근육 통이다. 아파서 느끼는 근육통이 아니라 바람을 가르며 힘을 주고 다리에서 오는 일종의 묵직한 무게감이다.
출발할 때 약간 헐렁하게 느껴지는 자전거 하의가 돌아올 때면 빵빵하게 허벅지를 조여준다. 옷이 줄어서가 아니라. 다리의 근육이 불어난(?) 것일 거다.
맨살과 하의의 경계 부분을 따라 검게 그을린 다리를 보며 “아 이번주 채워야 할 운동은 다 했다”는 일종의 정신적 안도감도 좋다.
속도는 평균 17마일. 초 중급 수준의 속도다.
하지만 속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칫 자전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련도가 높을수록 속도를 낸다. 속도를 내다보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자전거 잘 탄다는 바이커 치고 한두번의 사고 경험은 다 가지고 있다.
자전거는 기계 운동이다. 걷거나 뛰면 위험에 대처 능력이 빠르지만 자전거를 그렇지 못하다. 앞 자전거와의 충돌, 뒤에서 오는 자전거의 추돌… 속도가 높을 수록 대응 속도로 느려지고 부상의 위험이 매우 높은 것이 자전거다.
얼마 전 와이프가 도로변 갓길로 방향을 바꾸다가 넘어져 오른쪽 어깨에 작은 골절상을 당했다. 부주의 해서가 아니라 순간적 속도를 제어 못해 넘어져서 생긴 부상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완치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헬멧이 깨져 가벼운 뇌진탕 증세로 이틀 뒤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그만큼 자전거는 속도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말이다.
맞바람 가르며 칼로리 날리기
기자가 애용하는 샌개브리얼 리버 트레일은 LA 동북쪽 아주사 계곡 초입을 시작으로 ‘산타페 댐’을 거쳐 위티어 내로우, 세리토스, 롱비치를 지나 최남단 실비치까지 이어지는 총 35.36마일의 강변도로다. 내가 시작하는 지점은 실비치에서 6마일 떨어진 곳. 남북으로 뻗은 605 프리웨이 옆을 내달리는 아름다운 강변로로 평균 8.7피트로 비교적 좁은 길을 자전거와 조거, 말과 걷는 사람 등이 사이좋게 공유한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맞바람이 세차지는 않다.
자전거의 최대 적은 맞바람이다. 해변에서 내륙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옆으로 가르고 정면으로 받으며 달리려면 저속 기어 변속에 능숙해야 한다. 시속 14~15마일. 바람이 없다면 내 실력으로는 20마일까지도 가능하다. 옆에서 가슴쪽으로 비스듬히 불어오는 시속 2~3마일 속도의 바람이 다리 근육이 단단해 지도록 나를 단련 시킨다.
칼로리 소모가 시작돼 온몸에 당분이 에너지로 변한다. 다리의 힘이 가해지고 속도는 더 빨라진다.
기자가 타는 자전거는 경기용 사이클 바퀴의 두께보다 조금 두껍다. 일반 자전거의 절반 사이즈이지만 경주용보다는 4분의 1이 두꺼운 하이브리다.
바퀴가 얇을수록 도면의 저항을 적게 받아 빠르게 질 주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얇은 바퀴를 탔지만 요즘은 하이브리드 바퀴의 자전거로 바꿨다. 속도는 줄 수밖에.
실비치 해변에 도착하면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바이커들과 만난다. 그룹으로, 혼자서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탄 바이커들과 조거들이 한데 어울리는 강변의 끝자락이다. 요즘은 전기 자전거가 많아졌다.
실비치에서 PCH 도로옆 자전거 길을 따라 해변을 옆에 두고 시원하게 질주한다.
거의 평지길이지만 바람을 안고 지고 내달리며 온몸의 기운을 다리에 쏟는다. 기자를 추월해 내달리는 젊은 바이커를 보면 부럽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자전거의 매력은 얼굴에 닿는 속도감이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얼굴로 흐르는 땀을 말끔히 씻어 준다. 심박동이 늘어나고 호흡이 빨려져 폐부로 밀려드는 바닷 바람이 몸 암이 노폐물을 말끔히 몰아낸다.
헌팅턴 비치 다운타운을 지나 목적지인 뉴포트비치 초입, 샌타애나 리버 반환점에 들어서면 해변 앞 나만의 벤치가 기다린다.
넓은 태평양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해변에는 높은 파도에 몸을 싣고 물길을 가르는 서퍼들의 묘기(?)를 감상하며 뒷주머니에 넣어 온 바나나와 사과, 초콜릿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집까지의 거리 20마일. 1,000칼로리가 소모됐다.
뻐근한 다리를 간단한 스트레치로 풀러 내고 다시 도로 밑 연결 도로를 돌아 집으로 향한다.
가끔은 ‘샌타애나 리버 트레일’을 따라 북상한다. 올라갈 때는 뒤바람에 신바람이 나지만 돌아내려올 때면 정면으로 다가오는 맞바람에 거의 초주검이다. 갈 길이 멀어 적당히 힘을 안배하며 다시 PCH를 따라 패달을 재촉한다.
자전거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꼭 도로 사이클(road bike)가 필요 없다. 안장이 큰 일반 자전거로 편안한 질주도 좋다.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 300달러부터 시작해 수만 달러를 넘는 자전거도 있다. 경주를 하지 않는다면 비싼 자전거보다는 적당한 가격이 좋다. 대략 1,000~3,000달러 선을 추천한다.
스피드용 ‘에어다이내믹’, 장거리를 간다면 ‘인듀런스’, 언덕길이 많다면 ‘라잇 웨이트’로 구분해 구입할 수 있다.
로드 바이크라도 종류가 매우 많다. 따라서 어떤 것이 내게 맞는 것인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 바이크 샵에서 키와 자전거 크기, 주행 거리 등에 따라 알맞는 제품을 소개할 것이다.
도로 사이클을 즐기려면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과 엉덩이 패팅이 두툼하게 채워진 자전거용 바지가 필요하다.
또 바람에 몰려는 먼지와 곤충을 막아주는 선글라스도 중요하다.
자전거 패달도 용도에 따라 구분된다. 일반 운동화로 탈수 있는 ‘플랫’ 페달, 신발과 페달을 고리로 연결하는 ‘클립’형 또 작은 원형 연결 고리를 사용하는 ‘클립레스’로 페달. 요즘은 클립레스와 플랫의 하이브리드도 나온다.
고리를 연결하지 않고 플랜으로 탈수도 있고 클립레스로 사용하는 혼합형 방식이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대략 50~80달러선. 클립이나 클립레스 페달용 신발을 구입해야 하는데 신발 가격만 100~200달러를 족히 든다. 물론 더 고가의 신발도 있다.
클립형 페달을 사용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클립으로 신발과 페달이 연결되기 때문에 정차할 때 발목을 비틀어야 페달과 신발이 분리된다. 급작스런 상황에서 많은 경우 분리가 안돼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초보자라면 매우 주의해야 한다.
기자는 요즘 플랫 페달을 사용한다. 일반 운동화 이므로 클립을 떼지 못해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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