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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엄마를 만났다. 5년 만이다. 그 사이 수많은 순간, 엄마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누구는 엄마가 피부과를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피부가 백옥같이 예뻐졌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구는 무릎 통증 때문에 엄마 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유방암 수술 후의 엄마 모습이었다. 

4년 전 어느 봄날, 엄마의 유방암 진단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 있는 엄마를 위해 미국에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때마침 새 직장으로 출근을 앞두고 있던 터라 한국 방문도 쉽지 않았다. 엄마가 유방암 수술을 받던 날, 미국에 있는 딸은 유방암 교육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 엄마가 회복하는 동안에는 첫 유방암 예방 교육을 준비로 바빴다. 유방암에 대해서 공부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 엄마 아플 때는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엄마는 유방암이 제자리암(0기)일 때 조기 발견했다. 평소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았던 엄마는 정기 검진을 누구보다 성실히 받았고, 그 과정에서 유방암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없이 수술만으로 모든 치료가 끝났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에 이르는 대표적인 암이다. 당시엔 우리 엄마의 경우가 10%가 아닌 90% 쪽에 속하길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통계를 믿어보기로 했다. 

코로나로 한국 방문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이제서야 엄마를 만났다. 엄마의 표정은 밝았고 평온했다. 수술 부위가 상상했던 것보다 예쁘게 아물어 있어서 “다행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건강관리도 꾸준히 잘 해온 덕분에 어느새 수술 후 5년차를 맞이한 터였다. 몸속에 있던 어떤 나쁜 것들, 그리고 나쁜 기운이 수술과 함께 몸 밖으로 떨어져 나와서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엄마가 암 진단과 수술, 치료의 과정을 그리 나쁘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입원실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 친절하고 따뜻했던 의료진들, 그리고 엄마를 극진히 보살펴 주었던 손길들을 엄마는 참 좋았던 순간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가끔은 암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도 혼자 간다고 했다. 산책로를 걸으며 엄마가 좋아했던 나무 앞 의자에도 앉아서 쉬다가 병원 식당에 들러 건강식으로 제공되는 점심까지 하고 오면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며 웃었다. 

 

암 병동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곳이 아니라 새 힘을 얻게 해주는 곳이라니, 암 생존자의  가족으로서 당시 엄마를 치료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마디 말, 작은 손길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수 있는지 엄마의 경우를 통해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암센터 코디네이터로서 나 역시 환자와 가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엄마가 건강관리를 이어가며, 때로는 병원에서 산책도 하면서 내년 봄에는 5년 완치 판정을 받기를, 유방암 조기발견 생존율 90%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래본다. 

 


김동희 

현재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건강형평성연구소의 커뮤니티 아웃리치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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