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김동희컷.jpg

 

 

동희표.jpg

 

2023년, 어느새 5년이다. 5년 전인 2018년, 현재 일하고 있는 미국병원 암센터에 새로운 연구소가 생기면서 코디네이터 중 한 명으로 팀에 합류했다. 새로운 연구소는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헬스 에퀴티’라는 영어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이를 번역한 ‘건강 형평성’이란 한국어 마저도 낯선 채로 첫 출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건강 형평성이란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개인이나 인구집단 간에 불공평한, 또한 피하거나 고칠 수 있는 건강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흑인의 평균 수명이 백인보다 짧다거나,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은 부유한 지역 주민들보다 특정 질병의 유병률이 더 높다는 등이 건강 불평등의 대표적인 예다.  

매우 부끄럽지만, 이런 예시들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아무거나 먹고, 아무렇게나 살면 더 많이 아프고,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했었다. 5년 전의 ‘김 코디’는 건강불평등, 건강 격차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이 문제를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구소 박사님들이 지도 한 장을 보여주셨다.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빨갛게 표시된 지도였다. 유방암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사망한 사람들의 주소지를 작은 점으로 찍었는데, 한인타운을 포함한 인근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붉게 나타났다. 물론 한인타운이 다른 지역보다 인구 밀도가 높고, 노인 인구 비율도 높고, 한인타운에 한인들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숫자는 말하고 있었다. 일찍 발견했더라면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사람들, 막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막지 못한 죽음들이 LA 한인타운에 유난히 더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LA 한인타운을 비롯한 인근 지역 한인 여성들의 유방암 검사율은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LA 카운티 여성의 유방암 검사율은 평균 79.8%, 백인은 79.4%, 아시안은 69.9%다. 미국 의료제도가 한국보다 복잡하다고 해도,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도, 아무리 그렇다해도 평균 검사율 격차는 너무 컸다. 유방암은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발견,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조기 발견할 경우 5년 평균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LA 한인들의 유방암 검사율은 왜 낮을까, 왜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질병을 늦게 발견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더 아프고 빨리 죽을까.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같은 조사에서 암 검사를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지 않아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가 그 뒤를 이었다. 정기검진, 특히 암 검사의 경우 증상이 없을 때 정기검진을 통해서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이후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나 성당 등의 종교기관과 협력하여 암 예방 교육과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고,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한인들을 위해 무료 검사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4년여가 지났다. 전화번호가 공개되어 있다 보니 종종 예전 무료 행사 관련 자료를 보고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알고 있는 정보로 안내를 해주다 보면 “이렇게 좋은 정보가 있는지 몰랐어요”라고 하신다. ‘김 코디’, 더 열심히 일해야겠구나, 싶다. 

최근 마이클 마멋 박사의 ‘건강 격차’라는 책을 선물로 받았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인 마멋 박사는 건강 불평등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다. 책에 소제목으로 쓰여진 “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와 한참을 쳐다봤다. 그런 한인사회 만드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격려로 들려서 든든했다. 

적어도 2023년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저소득층이라서, 정기검진이 가능한 암 검사(유방암, 자궁암, 대장암)를 받지 못하는 한인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한인 사회, 우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기 위해 ‘김 코디’는 올해도 열심히 달려야겠다. 

 


김동희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 커뮤니티 아웃리치팀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연락처: (213)545-1014

일자: 2024.04.14 / 조회수: 73

‘가라지 세일’에서 배운 오늘의 교훈…

어느 화창한 일요일, 동네를 걷다 보니 아이들이 담요를 깔고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무에 ‘가라지 세일(Garage Sale)’이라고 써서 크게 붙여놨다. 풍선으로 예쁘게 장식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지나가다 발길을 멈췄다. 누구는 “너희들 정말 멋진 ...

일자: 2024.03.22 / 조회수: 29

“안과 밖? 당신의 걸림돌은 어디에 있습니까?”

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재는 암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들이 암 정기검진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

일자: 2024.02.16 / 조회수: 36

눈곱 만드는‘샌드맨’과 아기 배달부‘스토크’?

딸아이가 친구를 만났을 때다. 아이 친구 엄마와 같이 앉아 있는데 딸국질을 하는게 보였다. 혼잣말처럼 “뭐 맛있는 걸 혼자 먹었나, 딸국질을 하네”라고 하는 찰나 아이의 친구 엄마는 웃으며 영어로 “딸국질을 하는 걸 보니 키가 크려나 보다”고 했다. ...

일자: 2023.12.14 / 조회수: 70

“간암 치료 10년새 눈부신 발전, 임상시험의 힘”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COE팀과 이웃케어클리닉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양주동 간 전문의가 간암과 임상시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더스-사이나이 병원 간암센터 양주동 디렉터 B형 간염, 간암 위험율 높여 음주·비만 ×, 건강식·운동 ○ 임상시험으로 최신 ...

일자: 2023.11.17 / 조회수: 41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닥터 리’, 10여 년 전 썼던 기사의 주인공이다.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는 그와의 인터뷰가 정신없이 달리던 내 삶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냉기가 느껴지던 작은 방에서 그와 처음 마주했다. 치과의사였던 그를 만난 곳...

일자: 2023.10.23 / 조회수: 34

여성 건강 적신호“젊은 유방암이 증가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걸려 오는 전화가 있다. 가슴에 멍울이 있는데 유방암 검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냐는 질문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건강보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에 이르기까지 유방암 관련 문의들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

일자: 2023.09.19 / 조회수: 37

2023년, 당신의‘장미’는 어떻습니까?

일 주일에 한 번, 팀미팅을 한다.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한 주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앞으로 계획된 행사들을 논의하는 시간이다. 이 때마다 가장 처음엔 하는 일이 체크 인(Check-in)이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공유한다. 이 때 가장 ...

일자: 2023.08.17 / 조회수: 38

“함께 길찾기를 하실 분을 찾습니다”

여기저기 얼마나 전화를 해댔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연결이 되어도 이 사람이 하는 말,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달라서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인가 봤던 영화에서 산길을 잃은 주인공이 밤새 길을 헤메었지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

일자: 2023.07.15 / 조회수: 67

좌충우돌‘김 코디’의 미국직장 적응기

어느새 5년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 미국에 왔다. 미국병원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을 때 내 영어 실력을 아는 지인들은 “보스랑은 어떻게 의사소통 할거야?”라고 물었다. 나 역시도 영어가 걱정이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날마다 &lsquo...

일자: 2023.06.09 / 조회수: 49

자카란다 피는 계절이 되면…

사진 출처: Designmatters at ArtCenter College of Design ‘자카란다’ 피는 계절이 되면 건강검진을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대화가 자카란다라는 ‘꽃’과 건강검진이라는 ‘행동’을 연결시켰다. 5년전 이맘때다. 회사 동료들과 길을 걷고 있었...

일자: 2023.05.17 / 조회수: 72

이빨 요정, 인플레이션 영향 받았을까?

“엄마, 나 이 빠졌어. 흔들려서 혀로 밀다보니 이렇게 툭 빠졌어.”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손바닥을 펴서 어금니를 보여줬다. 한참 어릴 때만해도 이를 빼려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이를 뺐다며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나이가 됐다. 아...

일자: 2023.04.14 / 조회수: 62

따귀 맞은 영혼의 상처 받지 않는 법

최근 기분 전환을 위해 새봄맞이 책장정리를 했다. 어지럽게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 주제별로 정리하고 키를 맞춰 책꽂이에 넣다 보니 우울한 시절, 낙담이 가득하던 때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 두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따귀 맞은 영혼’, 그리고 ‘너는 나에...

일자: 2023.03.12 / 조회수: 63

“3월에는 대장암 검사 하세요”

3월은 대장암 인식의 달(Colorectal Cancer Awareness Month)이다. 유방암 인식의 달을 기념하는 10월 곳곳에서 분홍색 리본을 만날 수 있다면 3월에는 파란 리본이다. 대장암연합(Colorectal Cancer Alliance) 등의관련 단체들은 3월 한 달 동안 파란 리본을 내걸고 대대적인 인...

일자: 2023.02.11 / 조회수: 312

스트레스, 암의 원인일까?

암 예방 교육을 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암은 왜 걸릴까요?”가 질문이다. 나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참석자들은 술, 담배, 비만, 운동 부족 등을 답으로 말한다. 이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

일자: 2023.01.11 / 조회수: 54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 우리 커뮤니티를 꿈꾸며…

2023년, 어느새 5년이다. 5년 전인 2018년, 현재 일하고 있는 미국병원 암센터에 새로운 연구소가 생기면서 코디네이터 중 한 명으로 팀에 합류했다. 새로운 연구소는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헬스 에퀴티’라는 영어 단어를 ...

일자: 2022.12.18 / 조회수: 120

“건강보험, 잘 사용하고 계십니까?”

어느 날 남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 예약하기, 너무 힘들어. 빨리 예약할 수 있는 안과 찾아서 현금 내고 진료받을래.” 등잔 밑이 어두웠다. 병원에서 일하는 아내는 커뮤니티에서 암 예방 건강교육을 하고, 암 정기검진을 받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일자: 2022.11.11 / 조회수: 72

군중 속에서 위험을 느낀다면… 내가 할 수 있는 8가지

10월 29일 한국에서는 할로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10만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5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어 한국은 물론이고 미주 한인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언론들도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자: 2022.10.21 / 조회수: 55

포스트 팬데믹,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사전 질문지에 답했다. 지난 2주간 잠은 잘 자고 있는지,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지,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일상에서의 흥미가 감소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지였다. 의외로 해당 사항이 많아서 질문지 제목을 확인했다. ...

일자: 2022.09.22 / 조회수: 56

이 원장님과 김 선생님께 보내는 감사와 응원의 편지

안녕하세요, 이 원장님 그리고 김 선생님. 많은 일이 있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늘 ‘ 맑음’으로 표시되는 천사의 도시에 살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도 느끼기 힘듭니다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선 몇 번이고 날씨가 오락가락 했던 그런 여름이 아니었나합니다. 또...

일자: 2022.08.11 / 조회수: 416

엄마가 유방암 수술을 받았을 때, 그리고 5년

한국에서 엄마를 만났다. 5년 만이다. 그 사이 수많은 순간, 엄마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누구는 엄마가 피부과를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피부가 백옥같이 예뻐졌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구는 무릎 통증 때문에 엄마 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