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4대 메이저 종목-MLB, NBA,NFL, NHL-은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두고 있다.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 구단간의 '짬짬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령 시즌 막판에 특정 구단 우승을 위해 슈퍼스타를 밀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장기레이스(NFL은 17경기를 치러 장기레이스라고 보기는 어렵다)를 치르면서 구단의 방향을 설정해 당해 연도 플레이오프 진출과 리빌딩 모드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선의 날짜다.
화끈한 트레이드는 단연 메이저리그
마감시한에 가장 화끈하게 트레이드가 벌어지는 곳은 메이저리그다. 사실 다른 종목의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큰 의미가 없다. 매우 자잘한 트레이드가 벌어지고 전력의 변수가 되는 초대형, 이른바 블록버스트 트레이드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 시즌 후에 성사된다. MLB만큼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는 종목이 없다. NBA가 MLB 다음으로 트레이드가 자주 벌어진다.
2026년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8월3일 오후 2시(서부시간)였다. 올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벌어진 트레이드는 총 30건에 50개 딜이 성사됐다. MLB는 마감시한에 바이어와 셀러가 거의 확실하게 구분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SF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등은 확실한 셀러였다.
전력의 변수가 될 트레이드는 LA 다저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부터 받은 사이영상 좌완 타이릭 스쿠발과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포수 애들리 러츠맨, 타격 1위 루이스 아라이즈(전 SF 자이언츠)의 필라델피아 필리스행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타이거스는 마운드의 쌍두마차격인 타이릭 스쿠발과 케이시 마이즈(샌디에고 파드레스) 트레이드로 사실상 셀러를 선언했다. 그러나 타이거스는 5일 현재 55승58패로 플레이오프 포기를 하기에는 이르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1.5 경기 차로 뒤졌을 뿐이다.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트레이드는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
미국 스포츠에서 트레이드를 접근하는 방식은 한국이나 일본과 사뭇 다르다. 구단 입장에서 트레이드는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다. 선수 역시 비즈니스 논리를 받아들이면서도 하나가 추가된다. 국내 선수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경쟁을 갖춘 팀에서 뛰고 모두가 주목하는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팬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게 LA 에인절스의 리빙 레전드 마이크 트라웃의 ‘노 플레이오프’다. 한 때 동료였던 오타니 쇼헤이가 에인절스를 떠나 FA가 돼 LA 다저스 첫해 월드시리즈 우승한 것과 큰 대비를 보인다.
SF 자이언츠(48승66패)는 일찌감치 망했다.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 버스터 포지(39)의 판단 미스로 프로 경험이 전혀 없는 토니 비텔로 감독(47)을 선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자이언츠는 팀내 최다승(10승) 좌완 로비 레이(샌디에고 파드레스)와 타격 1위 루이스 아라이즈를 트레이드했다. 트레이드 역사상 팀내 최다승 투수와 타격 1위를 동시에 트레이드한 경우는 없었다. 셀러인 자이언츠 입장에서는 전혀 부담없는 트레이드였다. 둘은 시즌 후 나란히 프리에이전트가 된다. 몸값이 나갈 때 유망주를 확보할 수 있어 ‘꿩먹고 알먹기’다. 로비와 아라이즈는 전력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마감시한 전 국내 언론의 최대 관심은 외야수 이정후(27)의 트레이드 여부였다. 구단은 이정후를 잔류시키고 아라이즈 트레이드로 마감시한을 정리했다. 국내 팬들은 트레이드 불가에 안심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정후 트레이드는 약간 복잡한 양상이다. 4차례 타격왕을 지낸 아리이즈(29)는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돼 간단하다. 시즌 전 자이언츠와 1년 1200만 달러 연봉에 사인한 바 있다.
이정후는 팀 전력에 변수가 되지 않은 선수
이정후는 2024년 입단 때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봉 1883만 달러다. 그런데 계약 조건이 점차적으로 연봉이 상승하는 구조다. 2024년 825만 달러, 2025년 1725만 달러, 2026년 2325만 달러, 2027년 2325만 달러다. 2027시즌 후 옵트아웃(프리에이전트)이 포함돼 있다. 6년 계약을 이행할 경우 2028년 2050만 달러, 2029년 2050만 달러다. 옵트아웃을 사용할 가능성은 제로다. 옵트아웃 삽입은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전매특허 수법이다. 마감시한에 트레이드를 하면 남은 3년 연봉이 6425만 달러다. 상대 구단이 이정후의 연봉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No다. 지난 2시즌 반 동안 이정후의 활약은 팀 전력에 변수(factor)가 되는 선수가 아님을 확인했을 뿐이다.
갈곳 없는 이정후
올해 전반기 내내 3할 이상 타율을 유지했으나 주목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현재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가 1.8이다. 이정후의 연봉 계약은 처음부터 자이언츠가 너무 많이 줬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따라서 이정후를 자이언츠가 트레이드하면 연봉 부담을 해야 가능하다. 이정후 기량에 잔여 6425만 달러를 온전히 받아들일 구단은 현실상 없다. 트레이드설은 무성했지만 애초부터 성사될 가능성이 적었다. 전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도 마감시한 때마다 트레이드설은 나돌았다. 하지만 모두 불발에 그쳤다. 끝내 성사되지 않고 계약기간을 만료했다. 이정후 추신수가 흡사한 경우다. 나란히 외야수고,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작품이다.
트라웃의 사례를 들었듯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한 만년 하위 팀에서 활약하는 것과 트레이드로 경쟁력을 갖추고 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 어느 쪽이 좋을까. 미국 스포츠의 트레이드는 선수도 그렇고 팬들도 후자를 받아들인다. 미국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플레이오프다. 방송사가 거액을 지불하는 이유도 전국민의 관심사가 될 플레이오프 확보다.
다저스가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하 타이릭 스쿠발을 트레이드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디트로이트, LA 팬들이 모두 수긍한다. 타이거스 팬들은 스쿠발이 시즌 후 재계약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에이전트가 보라스다. 디트로이트도 대형마켓이 아니다. 그를 보내고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유망주 트레이드에 환영이다. 다저스 팬들은 스쿠발의 가세로 월드시리즈 3연패 달성이 눈앞에 있다고 믿어 좋아한다. 스쿠발 역시 최강 전력을 갖춘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팀에 기여하고 우승 반지를 끼고 싶어한다. 3박자가 맞는다.
한국트레이드는 팬들의 영향
국내에서 트레이드가 안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팬들의 반대다. 우승, 포스트시즌 진출과 상관없이 우리가 좋아했던 선수가 영원히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지배한다. 여기에는 선수 수급이 작은 이유도 있다. MLB는 중남미,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 선수 수급이 원활해 리빌딩이 시운 편이다. 사장과 단장은 훗날의 대차대조표를 생각해 자신의 임기중에 대형 트레이드를 원하지 않는다. KBO 리그에서 역사를 바꾼 트레이드는 없었다. 선수 역시 트레이드는 팀에서 쫓겨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문화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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