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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재는 암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들이 암 정기검진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를 위해 암 예방 교육을 하다 보면 많은 이들에겐 암 검사를 받지 못하는 ‘걸림돌’이 있다. 

수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해결하기 가장 쉬운 걸림돌은 ‘정보 부족’이다. 이 경우엔 필요한 정보를 제공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의를 한 당사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까지 가지고 있다면 문제 해결은 상당히 쉬워진다.    

한 교회에서 아웃리치 행사를 할 때의 일이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정보 부스를 찾아왔다. 남편 회사를 통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아픈 곳이 없으니 미국에서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학생으로 미국 생활도 꽤 오래 했고, 영어로 의사소통에도 불편함은 없지만 미국에서 병원 가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져서 자꾸 미루게 된다고 했다. 

 

일대일 교육을 통해 한국과 미국 의료시스템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현재 그녀의 상황에서 어디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알려줬다. 열심히 받아적고 질문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정기검진도 하고 싶었고, 치과치료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일단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알게 되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같은 교회에서 두 번째 행사를 했다. 그 여성이 다시 부스를 찾아왔다. 또 다른 질문이 생겼나보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질문 대신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내밀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각종 검색어와 동영상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했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 보험으로 갈 수 있는 내과를 찾아서 예약하고, 치과 치료는 이미 마쳤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주 만해도 이가 아프지만 치과도 못 가고 있다며 우리 부스를 찾아왔던 그녀였다. 일주일 사이에 부쩍 달라져 있었다. 건강보험, 정기검진 관련 지식은 눈에 띄게 풍부해졌고, 노트 정리한 것은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문자로 보냈다고도 했다. 자신의 주변에도 이러한 정보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 데 같이 건강해지고 싶어서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기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미뤘는지 모르겠다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여성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웃리치 코디네이터로써 최소의 노력을 들여 최상의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보 부족이라는 ‘걸림돌’이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변 친구들까지 돕게 된 경우였다.  

물론 이런 사례, 많지는 않다. 몇 주는 물론 몇 달 동안 교육하고, 격려하고, 조언하고, 따라다니며 챙겨도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암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돕다 보면 많은 경우 이들에겐 암 검사를 받지 ‘않’는 이유가 가지각색으로 존재한다. 이번 달엔 여행을 가야 하고, 다음 달엔 친구가 놀러 오고, 그다음 달엔 아이들이 방학이고 등등 각종 이유가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걸림돌’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경우, 핑계라 부를 만큼 견고한 경우, 코디네이터로써도 돕기 가장 어렵다.  

 

3월은 대장암 예방의 달이다. 대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대장암은 미국에서는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미국에서는 대장암 조기발견을 위해 45~75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대변으로 하는 분변잠혈검사는 1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은 10년에 한 번을 권고하고 있다. 권고 기준 연령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대장암 검사를 받지 못했다면 나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왜 아직 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받지 않고 있을까. 

 

그리고 그 걸림돌이 정보 부족이라면, 내 안에는 검사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 주변에서 충분히 도울 수 있다. 그녀처럼 정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면 된다. 혹은 ‘김 코디’에게 연락하면 된다. 조금 더 건강해지는 3월, 되기 바란다. 

 


 

김동희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공중보건학(MPH)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에서 암 예방교육과 아시안 커뮤니티 건강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dhkim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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