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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 동료가 결혼을 했다. 샌디에고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녀가 휴가에서 돌아오자 동료들은 그녀의 결혼식 이야기 듣기로 바빴다. 결혼식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피로연의 즐거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다가 웨딩 케이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는 잘 몰랐다.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웨딩 케이크도 생일 케이크 같은 것이려니 했다. ‘그날’을 기념하며 촛불을 켜고, 자르고, 여러 사람들과 축하하며 나눠먹는 정도의 의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보통 웨딩 케이크를 3단짜리로 많이 만드는데 가장 윗층(Top Tier)은 결혼식에서 먹지 않는다고 한다. “왜?”,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이 동그래진 나를 보며 동료들이 말을 이어갔다. 맨 윗층은 피로연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대신 잘 포장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새 신부가 된 동료가 자신이 웨딩 케이크를 주문한 베이커리를 어떻게 찾았는지를 알려줬다. 웨딩 플레너가 유명한 베이커리 리스트를 보여줬는데 그 중에서 한 곳을 소개하며 그 베이커리는 특별히 케이크의 맨 윗층을 아주 꼼꼼하게 잘 포장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샌디에고에서 결혼식과 피로연을 한 뒤 엘에이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케이크의 가장 꼭대기층을 잘 보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과거 그 베이커리를 이용했던 커플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에 추천 베이커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잘 포장되어 냉동실로 간 케이크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특별한 날 다시 테이블에 오른다. 미국의 ‘웨딩 케이크 전통’에 따르면 결혼 1주년 기념일이나 첫째 아기의 세례식이 ‘그 특별한 날’이다. 보통은 대부분의 커플은 첫 아기의 세례식보다는 결혼 1주년을 먼저 맞이하기 때문에 1주년을 기념하며 부부가 함께 먹는다.

이런 이유로 웨딩 케이크를 자르는 방법도 보통 케이크 자르는 법과 달랐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 역시도 결혼식에서 3단 케이크를 잘랐는데, 케이크 나이프를 제일 윗층에 대고 있는 모습이 기념사진으로 남았다. 하지만 나의 동료는 사진 속에서 남편과 함께 가장 아랫층에 나이프를 대고 있었다. 맨 윗부분은 그 모양 그대로 유지해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의 ‘케이크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웨딩 케이크를 잘라 한 조각은 신랑이 신부에게, 그리고 또 다른 한조각은 신부가 신랑에게 각자 먹여주는 것도 전통적인 ‘케이크 먹는 법’이라고 했다. 여전히 나는 동그란 눈으로 다른 결혼한 동료들에게 ’웨딩 케이크 꼭대기층’에 대해서 물었다. 아직도 냉동실에 보관 중인지, 그 맛은 어땠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여러 ‘증언’들이 쏟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전통이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 친구들에게까지 통용되는 듯 했다. 콜롬비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온 친구가 케이크를 챙겨서 미국까지 가져왔다는 이야기, 냉동실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싫어서 맨 윗층은 얇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1년이 지나서 먹는 웨딩 케이크, 상상이 가지 않았다. 과연 어떤 맛일까. 이 전통이 생긴 것은 19세기경으로 전해지는데, 당시엔 술에 담근 과일을 케이크 안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1년이 지나도 케이크가 상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도, 재료도 전과 많이 달라져서 오히려 보관은 전보다 쉬운 편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맛이냐”는 질문에 한 동료가 현답을 내놨다. 냉동실에 있던 케이크의 맛은 남편에 따라 달라진단다. 1년 동안 남편이 잘해줬으면 아주 달콤한 맛의 케이크가 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가장 맛 없는 케이크를 먹게 될 것이라는 말에 우리는 모두 “가장 정확한 답”이라며 웃었다. 

재미있는 답변인데 그리 틀린 말도 아닐 것 같다. 당신의 냉장고에 결혼식 날 가져온 케이크가 남아있다면 과연 어떤 맛일까? 우리 남편은 과연 그 케이크에서 어떤 맛을 느낄까, 문득 궁금해지는 날이었다.  

 


 

김동희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에서 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며, 미국에서의 일상을 소재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dhkim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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