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다 적은 인구 캐나다, 동계 스포츠 강해
4개국 페이스오프 우승으로 캐나다 자존심 세워
캐나다는 2024년 센서스에 따르면 인구 4146만 여명의 국가다. 대한민국의 남한 인구보다 적다. 인구에 비해서 스포츠 강국이다. 민주주의도 완성돼 있는 선진국이다. 북반구의 추운 날씨 탓에 동계 스포츠에 매우 강하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국기이자 자존심이다.
1920년 벨기에 안트웹에서 처음 시작된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최다 메달 국가가 캐나다다. 금메달은 러시아와 9개로 타이다. 러시아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 때는 소련의 붕괴로 ‘통합 팀(Unified Team)’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에서는 약물 복용이 적발돼 러시아를 대표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올림픽 선수단(Olympic Athletes from Russia)’으로 출전했다. 이 때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NHL 선수들이 불참해 국가 경쟁력에서 러시아 대표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NHL 선수들이 빠진 캐나다는 동메달에 그쳤다.
동계 올림픽 종목은 개인 종목에 가깝다. 물론 단체전도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가 유일하게 일종의 구기 팀 스포츠다. 올림픽은 아마추어 정신을 구현하는 세계 최고의 무대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커지고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도 상업적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실상 프로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PGA 투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골프만 봐도 드러난다.
IOC가 프로에 문호를 개방한 게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다. 농구가 자존심인 미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소련에 패하고 동메달에 그치자 세계 최고봉 NBA 선수 출전을 선언했다. IOC는 흥행에 대박을 터뜨릴 NBA 선수 출전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바로 원조가 드림팀이었다. 미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만해도 대학농구 중심의 올스타급들이 출전해도 금메달 획득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기량으로 소련에 패하면서 드림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동계올림픽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농구에 이어 6년 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부터 NHL 선수들이 각국을 대표해 프로 출전의 물꼬를 텄다. 프로 원년 대회 격인 나가노 올림픽에서는 체코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체코는 레전드급 골리 도미니크 하섹(버펄로 세이버스)과 공격수 야로미 야거(피츠버그 펭귄스) 슈퍼스타가 우승의 주역이었다.
나가노 대회는 아이스하키에서 매우 의미있는 올림픽이었다. 남자는 프로 원년, 여자는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였다. 캐나다는 남자 아이스하키도 강하지만 여자는 압도한다. 나가노 대회부터 2022년 베이징까지 7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5,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의 양궁이나 다름없다. 캐나다 여자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놓친게 원년 나가노와 2018년 평창이었다. 모두 미국에게 졌다. 미국과 캐나다의 라이벌은 남여 공통적으로 같다.
최근들어 4대 메이저 종목의 올스타게임은 야구를 제외하고 경기 방식을 자주 바꾸고 있다. 올스타게임의 특성상 긴장감도 없고 슈퍼스타들이 잠시 짬을 내 팬들에게 얼굴 보이기식의 경기로 이어져 시청률이 급전직하하기 때문이다.
NHL 개리 배트맨 커미셔너는 2025년 올스타게임 대신 4 Nations Face-off 를 도입했다. Face-off는 아이스하키의 시작 때 서로 하키채로 공을 다투는 것을 뜻한다. 축구, 미식축구의 킥오프, 농구의 팁오프다.
4개국은 미국,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를 선택했다. NHL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4개국을 대표하는 형식이다. 올림픽의 4강전격이다. 다만, 4개국 선정이 최고수를 가리는 국가라는데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러시아가 빠졌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 이후 스웨덴은 2006년 토리노, 핀란드는 2022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미국은 1980년 자국 대회 ‘기적의 아이스’로 통하는 레이크 플라시드 올림픽이 마지막 금메달이다.
NHL과 NBA는 선수를 수급하는 드래프트가 글로벌화돼 있다. 세계 최고의 유망주를 드래프트를 통해 선택한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등 3개국으로 제한돼 있다. 유럽 선수들에게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NHL과 NBA는 꿈의 무대다.
4 개국 페이스 오프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캐나다의 결승전은 ESPN으로 중계됐다. ESPN 사상 풋볼을 제외하고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탠리컵 결승전을 뛰어 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벌어진 예선전에서는 미국이 캐나다를 3-1로 눌러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정작 2월 20일 보스턴 TD 가든에서 벌어진 챔피언십에서는 캐나다가 연장전에서 현역 최고 플레이어 코너 맥데이비드의 결승골을 터뜨려 3-2 승리로 4개국 페이스오프 원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결승전의 재판이었다. 캐나다는 이 때도 연장전에서 미국을 3-2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골을 터뜨린 선수도 캐나다의 슈퍼스타이며 미래 명예의 전당 확실한 레전드이다. 지난 2월 결승전에서는 에드먼튼 오일러스 코너 맥데이비드, 2010년는 피츠버 펭귄스 시드니 크로비스였다. 크로스비는 2005년 드래프트 전체 1번, 맥데이비드는 2014년 1번 지명자다. 크로스비는 스탠리컵 우승 3회, 시즌 MVP 2회 수상자다. 맥데이비드는 MVP를 3회 수상한 현역 최고 선수다.
캐나다의 2025년 4개국 페이스오프 승리는 단순 우승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슈도 포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최고 우방국 캐나다는 미국을 거의 적으로 보게 됐다. 25% 관세부과(잠시 보류)에다가 “캐나다를 미국의 51개주로 편입하겠다”는 조롱의 말로 캐나다인을 자극했다. TD가든에서 캐나다 국가를 부른 가수는 가사를 개사해 미국에 대응하기도 했다.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수상은 우승 후 SNS에서 “You can’t take our country-and you can’t take our game(우리 나라를 빼앗을 수 없고, 우리의 게임을 빼앗을 수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미국을 꺾은 아이스하키 우승에 빗대 캐나다 국민과 공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4개국 페이스오프 우승은 캐나다 아이스하키 자존심을 지킨 쾌거였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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