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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하실래요?”

wellbeing 2024.07.14 18:05 Views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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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바빴던 상반기를 끝내고, 7월 첫 주 휴가다. 세상의 모든 분주한 것들과 이별하고 나만의 시간,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간절하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아침이니 핸드 드립(Hand-Drip)으로 마셔야겠다. 

핸드 드립은 커피를 만드는 방법 중 한 가지로 푸어 오버(Pour Over)라고도 부른다. 말 그대로 커피 가루 위에 물을 부어서 아래로 내려온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다. 원리는 커피 메이커(Coffee Maker)와 같다. 

물을 전기 주전자에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커피 메이커가 있다면 기계가 알아서 해주겠지만 핸드 드립은 뜨거운 물을 커피에 붓는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한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커피 한 잔’이다.  

 

물이 끓는 동안 커피 빈(Bean·콩)을 갈아서 준비한다. 원두는 로스팅(Roasting·볶는 것) 정도에 따라 다크, 미디움, 라이트로 나뉜다. 커피콩을 잘게 분쇄해 주는 그라인더(Grinder)에 원두를 넣고, 굵은소금 정도의 굵기로 간다. 원두를 가는 정도는 커피 추출 방법(Brewing)에 따라 달라진다. 핸드 드립이나 커피 메이커를 이용하는 여과 방식(filtration methods)에는 굵은소금 정도가 적당하다. 유리용기에 물과 커피 가루를 같이 넣고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인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를 사용할 때는 원두를 더 굵게 갈아야 하고, 반대로 고온고압으로 단시간에 커피 원액을 뽑아내는 가압 추출법(Pressed Extraction)에는 밀가루처럼 곱게 갈아진 커피 가루를 쓴다. 

이때 나오는 소량의 진한 커피 원액이 바로 에스프레소(Espresso)다. 맛과 향이 진해서 그대로 마시는 사람들보다는 물이나 우유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Americano), 우유를 섞으면 라떼(Latte)가 된다. 라떼 보다 우유를 적게 넣고 풍성한 우유 거품을 올리면 카푸치노(Cappuccino), 라떼에 코코아 가루를 섞으면 카페 모카(Mocha)를 만들 수 있다. 

 

뜨거운 물과 원두가 준비됐으니 이제 커피를 내릴 차례다. 드리퍼(Dripper)에 여과지를 깔고, 소금 굵기로 간 원두를 넣는다. 뜨거운 물은 붓기 전 온도를 재야 한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원두의 쓴맛이, 차가우면 신맛이 과도하게 추출될 수 있다. 

가장 적당한 물 온도는 원두의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87~93도 정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커피 맛은 미디움 로스팅된 원두를 90도 정도에서 내렸을 때다. 이 것을 알아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적당한 온도의 물을 주전자에 넣고, 드리퍼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물을 부어준다. 이때 같은 양의 물이라도 너무 빨리 부으면 신맛이, 너무 천천히 부으면 쓴맛이 많이 날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주의해야 한다.  

800ml 정도의 물을 3분 30초 동안 부어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이 퍼진다. 드리퍼를 올려놨던 유리병으로 커피가 다 내려오면 살살 흔들어 예쁜 잔에 옮겨 담아 본다. 여기에 같은 양의 우유를 섞으면 카페 오레(Cafe Au Lait)가 되지만, 커피 그대로의 맛을 즐겨도 좋다. 천천히 한 모금 마셔본다.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정말 맛있는 커피는 누군가와 함께 마셨던 커피다. 엄마가 산후조리를 위해 미국에 오셨을 때, 떠나시기 전날 우리는 쇼핑몰 한 구석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는 “나 아메리카노 시켜줘. 좋아해”라고 했었는 데, 엄마가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나온 날이었는데 그날의 아메리카노는 참 따뜻했다.

아버지가 미국에 오셨을 때는 둘이서 뉴욕을 헤메고 다니다 뉴욕대 앞에서 유명한 커피집을 발견했다. 일부러라도 찾아갔을 그 곳을,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서 만났다. “한국 TV에 나온 커피집”이라며 머리 하얀 할아버지와 청춘들이 가득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날의 공기, 음악 소리, 그리고 커피 향은 아직도 선명하다. 

원두를 어떻게 갈아 몇 도에서 내렸는지가 뭐 그리 중요할까. 정말 맛있는 커피는 그 사람과 그 순간에 함께였기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이었다. 참 맛있었던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과 또 한번 마셔보고 싶은 날이다. 

 


 

김동희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에서 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며, 미국에서의 일상을 소재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dhkim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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