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의 천문학적 투자와 일본선수 투타 활약
불펜 강화하고 2026년 3연패 달성도 기대
미국 스포츠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뚜렷이 구분된다. 스포츠 중계권료가 비싼 이유도 플레이오프로 통하는 포스트시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는 내셔널 게임이 아닌 로컬 게임이다. 정규시즌 중계는 시청률 자체가 매우 미미하다. 지역 팬들의 관심이다. NBA와 NFL은 하위 팀의 대결이라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다.
방송 중계권료를 올리기 위해 포스트시즌의 일정은 계속 늘어났다. NBA 플레이오프의 경우 컨퍼런스 첫 관문은 종전 5전3선승제였다. 현재 모든 플레이오프는 7전4선승제다. 우승을 하려면 16승을 거둬야 한다. 최대 28경기에서 최소 16경기를 치러야 하는 제2의 시즌이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플레이오프 시스템이 와일드카드 시리즈 3전2선승제, 디비전 시리즈 5전3선승제, 챔피언십 시리즈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 7전4선승제다. 1985년까지 챔피언십은 5전3선승제였다. 미국 메이저 종목의 우승에 Fluke(요행수)는 없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에 필요한 승수는 최소 11승에서 최대 13승이다. 올해의 경우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작성한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디비전 시리즈부터 시작해 11승이 필요했다. 우승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9번 타자 미겔 로하스에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연장 11회 윌 스미스에 결승 홈런을 얻어맞아 눈물을 삼켰다. 1993년 이후 32년 만의 WS 진출에서 역사적인 명승부를 남기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승률 3위에 머문 다저스 2연패 성공
내셔널리그 지구 챔피언 가운데 승률 3위에 머문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치고 7차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써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는 13승을 작성했다. 지난해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르지 않아 11승만 필요했다.
이처럼 메이저 종목의 우승은 11승, 13승, 16승이 필요한 터라 운만으로는 어렵다. 우승에 필요한 전력과 운이 동시에 따라줘야 가능하다. 토론토로서는 행운의 여신이 지켜주지 않은 측면이 크다. 스포츠네트(토론토 전담방송)의 해설자 케일럽 조셉은 롭 윌리엄스는 1일 7차전이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말이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신경 안쓴다. 더 나은 팀이 이 시리즈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It’s gonna sound like sour grapes, and I don’t really give a shit. I think the better team did not win the series.)고 블루제이스의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포스팅했다.
미국 스포츠 챔피언십이나 플레이오프에서 금언처럼 받아들이는 게 “Better team wins the game(더 나은 팀이 이긴다)”이라는 문구다. 상대가 우승에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전력 면에서 더 나은 팀이 결국은 이긴다는 의미다. 하지만 2025년 월드시리즈는 토론토의 불운이 매우 크게 작용했고 팬들도 이를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9회 말 1사 만루에서 대주자 아이재아 나이너-팔레파의 홈에서의 포스아웃은 뼈아팠다. 달튼 바쇼의 2루 땅볼 때 홈을 파고들었는데 이 때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의 발이 홈플레이트에서 순간적으로 떨어졌다. 포스아웃 상황이었는데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고 토론토의 챌린지에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하지만 TV 상으로는 발이 떨어진 게 분명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덕아웃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장면에서 블루제이스의 아쉬운 패배가 절절히 묻어났다.
양키스에 이은 대기록
LA 다저스는 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양키스는 1998-2000년 3연패를 한 마지막 팀이다. 내셔널리그 팀으로는 무려 49년 만이다. ‘빅 레드머신’으로 불리운 신시내티 레즈가 1975-1976년 WS 2연패를 했다. 신시내티는 1970년부터 1976년 7시즌 동안 4차례 WS에 진출해 2차례 우승을 거둬 왕조를 이뤘다. 당시 빅 레드머신의 일원 가운데 스파키 앤더슨 감독, 포수 조니 벤치, 1루수 토니 페레스, 2루수 조 모건 등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WS 2연패는 왕조의 시작이다. 브루클린에서 출발한 다저스는 2024시즌까지 8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이 9번이다. 프랜차이즈를 LA로 옮긴 뒤 8번이다. WS 진출만 해도 지난해까지 25차례로 뉴욕 양키스(40회)에 이어 두 번째로 최다 진출 팀이다. 하지만 WS 우승을 연패로 한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대접받지만 왕조를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다. 2025년 WS 2연패에 목을 매며 선수 및 구단 직원, 심지어 로컬 페이퍼 LA 타임스까지 가세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7차전 연장 11회 말 1사 1,3루서 블루제이스 마지막 타자 알레한드로 커크를 마무리로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게임이 끝나자 KLAC 캐스터 스티븐 넬슨은 “더블레이이로 게임이 끝났다. 다저스가 백투백 WS 우승에 성공했다. 다저스의 다이너스티가 됐다”며 우렁차고 격한 목소리로 승리의 기쁨을 전했다. 강조한 단어가 왕조였다. 다저스가 1883년에 창단된 이후 처음 맛보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양키스를 대체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대표 구단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다저스 선수들은 3일 다운타운 퍼레이드를 거쳐 다저스타디움에서 월드시리즈 2연패를 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 선수들의 투타 합작품
아이러니하게도 다저스 왕조는 일본 선수 투타 합작품이 만든 결과다. 구단은 2023년 12월 오타니 쇼헤이에 7억 달러,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3억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두 선수에게만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결과를 얻었다. 이들은 WS 2연패에 결정적인 디딤돌을 놓았다. 오타니는 2년 연속 홈런 50개 이상을 터뜨리며 다저스 공격을 이끌었다. 야마모토는 2연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에이스급 피칭으로 2025년 드디어 MVP에 올랐다. 6차전 선발로 6이닝을 던진 뒤 최종 7차전에서 불펜 투수로 나와 2.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일본인들이 강조하는 혼의 피칭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실현했다. 시리즈 3승 평균자책점 1.02로 MVP를 수상했다. 일본인 출신 MVP는 2009년 뉴욕 양키스 마쓰이 히데키 이후 16년 만이다.
오너의 천문학적 투자
다저스 오너십은 천문학적 투자로 야구 팬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됐다. 양키스는 2003년 두터운 전력에도 쿠바 출신 호세 콘트레라스를 영입한 적이 있다.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래리 루키노 사장(작고)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양키스 투자는 요즘 다저스가 쏟아붓는 돈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선수들이 정신력과 프런트의 적극적인 투자와 시스템 구축으로 WS 2연패를 달성한 것은 맞다. 올해가 마지막 무대가 된 클레이튼 커쇼는 선수들이 일궈낸 승리를 단순히 돈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전력의 기본은 돈임을 부인할 수 없다.
2026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도 가장 높다. 3연패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흥미롭다. WS 2연패에 성공했지만 오프시즌 다저스 프런트는 바쁘게 움직일 터이다. 가장 먼저 불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시즌은 다저스의 3연패를 기다리면서 지켜볼 참이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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