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스포츠에서 시즌 초반 감독을 해고하는 경우라면 구단은 예상과 전혀 딴판으로 흘러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리빌딩 팀은 성적이 부진하다고 사령탑을 해고하지 않는다. 구단에서 파악하는 팀 전력을 알고 있다. 성적 부진=감독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 야구는 시즌 초반 감독 경질이 드문 편이다. NBA와 NHL은 시즌 초반, 중반에 자르는 경우가 잦다. 전술과 전략으로 감독이 지도력과 능력을 발휘하는 리그다. 축구도 비슷하다. 감독의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다. 감독이 우수한 자원을 갖고 전술을 제대로 구사하면 성적이 나오는 게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이다. 야구는 다르다. 선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다른 종목과 견줘 감독의 임팩트가 적다. 야구는 똑같은 팀으로 1위와 꼴찌가 가능하다. 팀 캐미스트리와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해서다.
홍명보 “우리의 목표는 32강” 아연실색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국내 마지막 기자 회견장에서 “우리의 목표는 32강이다”라고 해 전문가들과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대표팀의 우수한 자원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K-리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32강에 무난히 진출할 수 있는 멤버로 구성됐다. 16강 진출이라고 했으면 녹다운을 치러야 하는 터라 가능성은 반반이라 수긍했을 터다. 아무튼 홍명보는 역대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을 향해 떠나면서 축하는 고사하고 팬들의 비난을 받는 지도자다.
돔브라우스키 사장 월드시리즈 노린 포석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즌 전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우승 후보로 꼽혔다. 오랫동안 마이너리그 코치를 역임했던 롭 톰슨(62)은 2022년 전임 조 지랄디 감독의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감독 대행으로 사령탑에 올랐다. 대행으로 필리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당시 지랄디를 해고한 게 데이브 돔브라우스키 야구단 사장이었다.
돔브라우스키는 ‘베이스볼 아키텍처’로 부를 정도로 가는 팀마다 가을 야구로 이끌었다. 신생팀 플로리다 말린스의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WS 진출, 보스턴 레드삭스 우승, 필리스 WS 진출 등 화려한 경력의 지략가다. 돈을 펑펑 쓴다는 지적도 있다.
우승 문턱서 좌절하는 톰슨 감독
2022년 돔브라우스키 사장이 지랄디를 해고한 게 6월1일이다. 22승29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국 스포츠는 감독을 해고할 때 꼭 이긴 뒤에 발표한다. 구단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해고되는 감독의 상황을 고려한다. 이날 필리스는 SF 자이언츠에 6-5로 이겼다. 톰슨 대행은 65승46패 성적을 기록하고 시즌 87승75패로 와일드카드 PO 티킷을 확보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 시리즈를 잇달아 이기고 WS 무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승4패로 졌다. 구단은 톰슨의 대행 꼬리표를 떼고 장기 계약을 맺었다. 톰
슨 감독의 ‘화양연화’가 열린 것이다.
톰슨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WS, 챔피언십 시리즈를 진출했으나 2년 연속 NL 동부 지구 우승을 거두고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나란히 1승3패로 뉴욕 메츠, LA 다저스에게 패했다.
2026년 시즌이 개막되고 4월7일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0-6으로 패할 때 6승5패였다. 이후 갈지자를 걷기 시작했다. 구단은 4월2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6-2로 거둔 뒤 하루 쉬는 날 톰슨 감독을 전격적으로 해고했다. 벤치코치 돈 매팅리(65)를 대행으로 승격했다. 돔브라우스키 사장은 필리스 재임 후 두 번째 시즌 도중 감독을 해고했다. 이번에는 지랄디 때보다 훨씬 빠른 4월에 단행했다. 돔브라우스키 사장 밑에 있는 제네럴 매니저는 돈 매팅리 감독의 아들 프레스톤 매팅리(38)다.
톰슨 해고 이유는 선두와 게임차 너무 벌어져
돔브라우스키 사장이 이번에 발빠르게 톰슨을 해고하고 매팅리 대행 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전력도 그렇지만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게임 차(10.5)가 너무 벌어졌기 때문이다. 빨리 팀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매팅리 대행 체제는 5월18일 현재 순항중이다. 지휘봉을 잡고 15승4패로 팀을 4월7일 이후 40일 만에 승률 5할 이상(24승23패)으로 일궈내며 중심을 잡았다.
필리스는 PO에 진출할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강팀이다. 마운드에는 지난 시즌부터 에이스로 떠오른 크리스토퍼 산체스-WBC 대회에서 한국팀이 절절 맸다-헤수스 라자도 두 좌완에 늘 안정감을 주는 잭 휠러-애런 놀라-앤드류 페인터 선발 로테이션이 확실하다. 마무리에도 100마일을 뿌리는 요한 두란이 뒷문을 지킨다. 공격에는 홈런왕 카일 슈와버와 브라이스 하퍼가 있다. 수비도 유격수 트레이 터너를 중심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필리스는 승률 5할대로 복귀한 터라 선수단이 자신감을 회복한 게 팀의 보이지 않는 전력의 큰 변수가 됐다.
매팅리는 “도니 베이스볼”이라는 애칭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야구인이다. 다저스 감독도 역임했다. 도니는 돈의 애칭이다.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벤치코치로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을 때 팬들과 선수들은 매팅리의 우승을 기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월드시리즈 반지 없는 매팅리, 필리스의 관전 포인트
매팅리는 1982~1995년 14시즌 동안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통산 타율 0.307-222홈런-1099 타점, OPS 0.830. 1985년 아메리칸리그 MVP, 9차례 골드글러브, 6차례 올스타 선정, 3차례 실버슬러거 어워드 등 훈장이 많다. 그 어려운 양키스 캡틴도 지냈다. 양키스는 그의 등번호 23번을 영구결번했다. 하지만 양키스 선수에게는 아주 당연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이 시기는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구단주)의 암흑기와 맞물려 있다. 매팅리가 기록에 비해서 일찍 현역에서 물러난 이유는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선수로서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던 그는 이후 양키스 코치, 다저스,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역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팬들과 토론토 선수들이 그토록 우승을 원했던 배경이다. 감독 대행으로 WS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 2026시즌 필리스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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