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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공중보건학 학회에 다녀왔다. 미국에 있는 암센터에서 지역사회 연구나 건강교육, 아웃리치에 관심있는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이런 학회에 가면 종종 특별한 순서가 이어진다. 사회자는 공식 행사를 시작하기 전, 또는 끝나기 전에 암 생존자가 참석했으면 그 자리에서 일어 서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쏟아진다. 암 진단과 치료라는 힘겨운 과정을 지나온 이들을 향한 응원을 보내고 있으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죽음의 고비에서 넘어온 생존자들, 암이라는 질병과 싸워 이긴 승리자들, 그 어떤 말로 수식해도 부족하지 않을 그들의 삶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그 곳에 앉아 있는 참석자들에게도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번 학회에서도 역시나 열심히 박수를 치며 감격스러워 하고 있는데, 문득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행사, 나도 우리 커뮤니티를 위해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정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수 많은 얼굴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암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서는 아니다. 주변에 암을 앓았던, 그러나 이겨낸 친구들이 꽤 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암이 다시 생겨서 이제는 암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친구도 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기를 붙들고 같이 울기만 했던, 그 친구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더 울었던 날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암 생존자(Cancer Survivor)’라고 하면 암을 진단, 치료 받은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이 기간을 함께 이겨낸 가족, 친구들, 지인들이 포함된다. 모두가 함께 지나왔다는 의미에서 암 생존자 커뮤니티(Cancer Survivorship Community)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이제는 나 역시 그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개인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이제는 일하고 있는 분야 때문이라도 캔서 커뮤니티와 나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자주 암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커뮤니티 아웃리치’ 아니던가. 일단은 어떤 식으로든 암과 연결되어 캔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다. 그리고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직장 동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휴가를 내고 암 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녀에게, 주변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수술 가방을 들고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가야 했던 그녀에게, 항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10톤 트럭이 몸 위로 지나가는 느낌이었다는 그녀에게, 모든 기억이 사라져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살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던 그녀에게, 지금의 그녀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며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고 싶다. 

 

6월은 전국 암 생존자(National Cancer Survivor Month)의 달이다. 한달 내내 암 생존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지는데 몇 해전부터는 새로운 날이 하루 더 추가됐다. 전국 암 번영자의 날(National Cancer Thriver Day). 매년 6월 둘째 주 일요일을 이 날로 기념한다. 

번영자(Thriver)는 번영하고 번성한다는 의미의 동사 ‘Thrive’에서 파생된 단어로 한국어로 직역하면 뜻이 어색하지만, 단순히 어려움을 이겨낸 것을 너머 성장하고 회복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1년 LA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커넥트 포 캔서(Connect4Cancer)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생존자에서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는 뜻에서 암 생존자의 날(National Cancer Survivors Day)인 6월 첫번째 일요일 다음인 두번째 일요일을 번영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번영자(Thriver)라는 이름으로 서바이버십 모임을 가져보려 한다. 지난 2023년부터 매년 6월이면 서바이버십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는데, 올해는 그 너머를 향해 한발 더 내디뎌 보려 한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같이 성장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걷고 싶은 사람들과 올해 6월도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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